◎수사진로 정치권에 달렸다/尹씨 회견 조사 거의 마무리… 편지사건 등 남아/野 공세 ‘이대성 문건’ 眞僞여부따라 달라질듯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자해(自害)사건은 안기부와 검찰의 북풍(北風)수사의 진로를 바꿀 수 있을까. 당장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권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현재 검찰에서 수사중인 「윤홍준(尹泓俊) 기자회견 사건」과 「해외공작원 정보보고 문건」 사건을 분리 대처키로 하고, 문건에 거론된 국민회의 의원들의 대북 접촉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회의 의원들과 접촉한 관련자들을 상대로 자체 진상조사를 한 뒤 국회 국정조사권까지 발동해 문건 내용의 진위를 철저히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북풍의 정치쟁점화를 최대한 피하고 검찰과 안기부를 통해 조용히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여권으로선 북풍의 조기매듭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치권의 처리 방향에 따라 안기부와 검찰의 수사범위와 방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공식적으로 윤씨 기자회견 사건 외에는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안기부가 자체 감찰조사를 마치고 수사의뢰를 하면 그때 가서 정식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북풍사건의 정치 쟁점화를 피하려는 여권의 입장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정치인의 소환조사나 사법처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검찰은 윤씨 기자회견 사건의 경우 이미 진상을 거의 다 밝혀냈다. 기자회견의 경위나 배후, 자금지원 내역 등 사실관계가 모두 드러나 권씨의 구속으로 사건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익제(吳益濟)씨 편지사건이나 김장수·김병식 편지사건, 안기부 문건의 진위여부 및 유출경위 등 앞으로 밝혀야 할 의혹들이 많다.
이중 가장 큰 논란거리는 「이대성(李大成) 파일」로 불리는 「해외공작원 정보보고」 문건의 진위여부이다. 북풍사건이 터진 이후 한동안 수세에 몰리던 한나라당이 공세로 돌아선 것도 이 문건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이 문건에는 정재문(鄭在文)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명과 함께 천용택(千容宅) 의원 등 국민회의 의원 4명의 대북접촉 내용이 들어있다.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야당이 정치공세를 강화할 경우 북풍수사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문건의 내용중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검찰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검찰로선 이번 권씨의 자해사건으로 안기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오히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이 모두 책임지겠다던 권씨가 검찰수사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자해까지 한 이상 권씨의 사법처리로 매듭지으려던 당초 방침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술적으로도 권씨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다른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박일룡(朴一龍) 전 1차장과 이병기(李丙琪) 전 2차장, 이청신·남영식 전특보 등 북풍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안기부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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