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석유분쟁의 시대가 아니라 물 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물이 너무 흔해 물쓰듯 한다는 말까지 생겨났지만 앞으로는 물이 국가간 지역간 분쟁의 원인이 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벌써 그 시대는 시작됐는지 모른다. 급격한 인구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으로 물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어 상수원이 바닥나고,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수질오염으로 깨끗한 물을 얻기 어려워졌다. 가뭄이 올 때마다 논물 대기에 법석을 떨고 도시마다 고지대 수도꼭지가 말라붙어 식수전쟁을 치르던 옛 경험을 들추지 않더라도, 물이 곧 생명이요 자원이라는 말을 갈수록 실감하게 된다.
물이 모자라 더러운 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질병으로 수없이 죽어가는 것은 이제 아프리카 같은 특정지역만의 비극이 아니다.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해 리비아 이집트 모로코 등 8개국을 「물 부족국가군」으로 지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 수자원 총량 630억㎥를 1인당 활용 가능량으로 환산하면 55년 2,941㎥에서 90년 1,470㎥로 줄어들었다. 평균 1,274㎜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평균치보다 많지만 전체의 3분의 2가 6∼7월 홍수기에 집중돼 아까운 물이 없어지는데, 나머지도 제대로 관리가 안돼 낭비가 많다. 정부당국에 따르면 94년을 기준으로 우리의 물 수요량은 연간 301억㎥, 공급량은 324㎥로 아직 7.7%(23억㎥)의 여유가 있다. 그러나 용수 예비율은 2001년 2.1%로 줄고 2011년에는 5.5%가 부족하게 된다고 한다.
댐을 건설하고 광역상수도를 늘리는 등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용수 관리시스템 정비에 힘쓰고, 대체 수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절실해진다. 여러가지 제약과 한계로 공급을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수요억제로 밸런스를 맞추는 대책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1인당 물 사용량은 409ℓ로 선진국보다 많다. 생활수준도 높아졌지만 낭비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낡은 수도관을 갈아 평균 15%나 되는 누수율을 줄이고, 절수효과가 20%나 되는 중수도 보급을 늘리고, 절수형 상수도 기기 사용을 의무화해 낭비를 줄여야 한다.
양의 확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질의 문제다. 아무리 양이 많아도 오염된 물은 소용이 없다. 수질오염 예방에 민족의 명운이 걸렸다는 발상으로 환경정책을 다루지 않으면 때를 놓친다. 22일은 여섯번째 세계 물의 날이었다. 물 관리를 허술히 하면 당장은 물론이요, 후세들에게도 큰 재앙이 된다는 인식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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