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당선되신 날부터 계산하자면 3개월이, 취임하신 날부터 계산하자면 한 달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됨과 동시에 대통령에 취임하신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므로 이미 상당한 기간 정상의 자리를 지키신 것으로 국민은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달라진 것이 있습니까? 대통령의 성함이 달라졌습니다. 대통령 사진이 바뀌었습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분명히 전라도 사투리가 경상도 사투리를 능가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인식의 착오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새 영남사람들은 다소 기가 죽은 것 같고 반면에 호남사람들은 좀 의기양양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역사의 주류에서 소외되었던 바로 그 지역에서 오늘의 대통령이 탄생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발표된 내각의 명단을 보고 자기 이름이 빠졌기 때문에 실망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기는 하겠지만,대체로 무난한 인사라고들 했습니다. 부동산투기에 연루된 인사가 한 둘 있다는 말이 떠돌았지만 언론이 잠잠해진 것을 보면 이럭저럭 무마가 된 듯 합니다. 사실은 대통령 중심제의 나라에서는 누가 장관이 되어도 크게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국무총리 자리 하나만은 중요시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 까닭은 대한민국 헌법에 대통령 유고시에는 국무총리가 일정기간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고 적혀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국무총리라는 직함에 「서리」라는 꼭지가 하나 붙으면,「권한대행」과는 무관한 존재가 된다고 들었습니다마는 「유고시」를 염두에 두고 국사를 논의할 필요는 없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여쭈어 보겠습니다. 김종필 국무총리서리의 「서리」 두 글자는 언제쯤 떨어지게 하시렵니까. 물론 국회가 열려서 국회의원들이 그 딱지를 떼어주어야 하겠지만 대통령께서 전력투구를 하지 않고서야 그 꿈이 이루어지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보기에 각하께서는 그 일에 열과 성을 다하고 계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 속담에 「주물러 터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러다 자민련 출신의 국무총리는 국민회의 주도하의 「국민정부」에서 「서리(署理)만 하다가 서리(霜)맞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15대 대통령이 이끄는 새정부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립정부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믿습니다. 힘이 국민회의에 실리는 것을 비난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자민련을 완전히 따돌리는 것은 후보단일화를 결행할때 약속을 어기는 일이 되기 때문에 부도덕하고 따라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관 10여명 중 다섯이 자민련 출신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차관급 38명중에는 자민련이 한사람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뿐아니라 청와대에는 자민련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선거가 끝나고 이런 딱한 신세가 될 줄 알았다면 자민련이 김대중후보를 그토록 적극적으로 지원하였겠습니까. 충청도 사람들이 전통과 관례를 깨고 그토록 많이 김대중후보에게 표를 던졌겠습니까.
시계 추가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으로 가듯, 경상도판이던 세상이 전라도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능력 위주 사회가 되어야지 지역 위주 사회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지역 위주로 나가시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자민련과의 약속을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지키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약속을 지키는 정치의 새모습, 그 달라진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셔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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