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에 ‘일죽공방’ 짓고/도예입문 차그릇 만들기/“전속 美 찰스 코울리화랑 9월 데뷔전에도 출품”재미화가 곽훈(郭薰·57)씨가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2리에 대규모 가마 「일죽공방」을 짓고 4월 첫 주 첫 불 땔 날을 기다리고 있다. 600여평의 너른 땅에 자리잡은 가마터에는 2.5㎥ 용량의 대형전기 가마와 5칸 너구리가마가 들어 앉았다. 대개 도예가들이 1㎥ 전기가마와 2, 3칸의 너구리가마를 앉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 곽씨가 지은 가마는 공장수준이다. 곽씨는 이 곳에서 그릇만 30여년을 만들어온 황성철, 양수철씨등 솜씨좋은 옹기장이들과 찻물을 담는 대접, 다완(茶碗)을 만들 생각이다.
도예가가 아닌 화가인 그가 이렇게 큰 일을 벌인 것은 우선 찰스 코울리 갤러리 전속화가로서의 데뷔전시인 9월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뉴욕 소호에서 현대적 기획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찰스 코울리 갤러리에 지난해 곽씨가 전속화가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백남준씨는 『거 참 좋은데 전속이 됐네』하며 축하해 주었다.
그는 가을시즌 오픈전에서 입체와 평면, 오브제가 어우러진 설치 「시다선(詩茶禪)」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천에서 만든 100개의 다완, 인천에서 만든 다완 받침대, 뉴욕서 그린 100점의 드로잉, 서부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구한 상어뼈를 함께 전시해 동양적 명상의 세계, 선적인 분위기를 「전파」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큰 가마를 지을 필요는 없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답한다. 『미국에서는 차문화를 일본 전통문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소한 차그릇 하나만 봐도 우리와 일본은 다르다. 투박하지만 그윽한 울림이 있는 우리 다완, 그것을 모방하기 위해 일본은 애쓰고 있다. 이제 뉴욕에서 차문화는 한국의 것이라고 선언하고 싶다』
가마를 만든 이유는 또 있다. 한국에서 좌절하고 건너간 미국 LA, 그 곳에서 4년동안 광고간판만 그리다 「찻잔」시리즈로 인정을 받았고, 95년 베니스비엔날레 참가작 「마르코폴로가 가져 오지 못한 것」 역시 옹기가 주소재이다. 이제 얻을 만큼 얻은 그가 자신을 일으켜 세운 찻잔과 옹기와의 인연을 가마터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정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이번에 구울 다완과 드로잉을 추려 5월27일부터 6월14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어떤 평가를 받을지 우선 서울에서 한 번 반응을 떠보고 싶을만큼 새 작품 준비로 그는 설렌다.<이천=박은주 기자>이천=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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