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대량해고’/매일 萬명 실직 ‘과속’/취업은 ‘우선 멈춤’/정부대책 소리만 요란/무차별해고 제어 시급실업사태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매일 평균 1만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어 지난 1월 93만여명이던 실업자수가 3월중순 현재 130만명에 육박하고 실업률도 8%선에 근접했다. 6∼7가구당 한가구꼴로 실업자 가장이 생겨나고 이에 따른 후유증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실업의 증가속도나 규모가 너무 빠르고 크다.
지금까지는 매달 3,000개 이상의 기업이 도산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과 우선감원 대상인 사무직 「넥타이부대」들이 실업증가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생산직 근로자의 일시 대량해고가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더욱 심각한 사회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시설은 과잉상태이나 불황으로 가동률이 낮아진 자동차 중공업 항공업계 등에서 10∼30%의 생산직 근로자의 감원이 이루어질 경우 해고자는 회사당 수천명 내지 1만명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 1,2월에 종업원의 10%이상을 정리한 대량해고는 70건에 이르렀고 대량해고에 따른 퇴직자도 7,500명으로 96년 전체수준(5,800명)을 넘어섰다. 「실업률 10%실업자 200만명」이라는 실업대란(大亂)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종신고용, 평생직장의 신화는 사라졌고 전국민이 집단적인 실업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실업의 충격은 직장인에게 「사망선고」 만큼이나 크다. 실업의 파괴력은 단순히 생계유지 수단의 박탈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유교적 문화토양에서 가장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린다. 사회전체에 패배주의, 냉소주의가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실업의 파괴력이 더욱 큰 것은 최근의 정리해고가 「준비 안된 실업」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현재 해고만 있고 취업은 없다. 지방노동청마다 하루 수십∼수백명의 구직신청자가 몰려들지만 실제로 직업을 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지난 1월 실업자가 작년 동기대비 69.5% 늘어난 반면 취업자는 3.4% 줄었다.
문제는 이같은 심각한 실업사태가 눈앞에서 진행, 심화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실직자 대책은 구호만 요란할 뿐이다. 우선 체계적인 실업자통계의 수립부터 서둘러야 한다. 실업자 수의 예측마저 오락가락한 상태에서 정밀한 대응이 있을 수 없다. 실업대책은 1∼2년의 문제가 아니다. 이젠 항구적인 정책과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의 실업대응이 실직자에 대한 지원등 사후적 조치보다는 대기업등에서 사실상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대량해고를 방지하는데 모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정리해고의 요건이 한층 엄격해 졌음에도 사실상 기업에서 목표설정식 해고가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대그룹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20%의 직원감원목표를 실행하고 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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