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 사고”“정치쇼” 상반속 심리학자들 “동정심 유발 행동”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자해동기가 여전히 석연치 않다. 권씨의 행동에 대한 「해석」을 놓고 변호인단과 검찰은 상반된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변호인단은 먼저 권씨의 자해가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닌 충동적 사고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전창렬(全昌烈) 변호사는 이 근거로 권씨가 미리 칼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가방에서 성경책을 꺼내다 우연히 발견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오제도(吳制道) 변호사도 권씨가 소환직전 변호를 부탁한 점으로 미루어 사전에 계획된 행동은 아니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오히려 검찰조사과정에서의 무리수가 사고를 유발했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검찰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고 권씨를 무리하게 압박했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씨가 칼을 우연히 발견하자 자살충동을 느꼈으리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권씨의 자해를 일종의 정치쇼로 일축하고 있다. 김원치(金源治) 서울지검 남부지청장은 권씨가 ▲검찰청사에서 자해한 점 ▲미리 칼을 성경책속에 숨겨 들어온 점 ▲손목 등이 아닌 복부를 자해한 점 ▲자해 직후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운 점 등을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권씨가 윤홍준(尹泓俊)씨 건 이외의 북풍공작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한 점으로 미루어 더 이상의 수사를 막기위해 「카드」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범죄심리학자들은 일종의 「함구(緘口)효과」와 여론의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사회적 지탄을 받은 사람이 자결을 시도하는 경우는 3가지. 결백 주장, 사건은폐,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고 동정심을 유발키 위한 몸부림 등이다.
권씨의 경우는 윤씨의 기자회견 지시사실 등을 자백했다는 점에서 결백을 주장키 위한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오히려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 후 승용차안에서 쓰러진 것이나 박나리양 유괴살해범인 전현주(全賢珠)가 언론에 공개되자 실신한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또 「배를 갈라 진실을 보인다」는 할복의 상징성과 검찰조사를 마친 뒤 자해를 한 점으로 볼 때 「더이상은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지적이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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