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 모델 캐스팅에 촌스럽고 황당한 구성으로 배꼽잡는 장면연출웃고 싶으면 TV를 켜라. 거기서 통신광고를 찾아라. 광고 불황에다 아이디어 빈곤으로 허덕이는 국내 CF계에 통신 회사들이 기발한 유머 광고를 잇따라 쏟아내 눈길을 끌고 있다. 전파의 힘을 강조하기 위해 신세기통신이 내놓은 광고는 지하철로, 비행기로 자장면을 배달하는 기발한 상황을 설정해 배꼽을 잡게 만드는가 하면 국제전화 008 사업자 온세통신은 탤런트 최민수와 개그맨 이재포가 주먹세계의 두목과 부하로 등장해 시청자를 웃음짓게 만든다.
잇따른 통신광고의 압권은 데이콤 국제전화 터치터치 002가 최근 내놓은 「엄마 002」편. 연만(年晩)한 탤런트 전원주씨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이 광고는 언뜻 보아서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예기치 않던 모델 캐스팅에다 촌스럽고 황당한 구성 때문에 광고를 보고 나면 일단 웃음이 삐져 나온다. 『저것도 광고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이 광고는 「집음기(集音機)」와 「비행기」 두 편. 집음기편은 80년대 인기를 모았던 만화영화 「짱가」의 주제가로 시작한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전원주는 유학간 딸을 둔 엄마. 외국에 있는 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집음기까지 들고 지붕까지 올라가 이리저리 맞춰보지만 잡음이 너무 심하다. 이때 『엄마 터치터치 002』라고 유학가기 전 딸이 전해 준 말이 떠오른다는 내용이다.
비행기편은 유학간 아들이 그리워 비행장으로 나간 전원주가 역시 터치터치 002를 쓰라고 아들이 해 준 말을 생각한다는 스토리. 광고에는 MBC 명화극장에서 오프닝음악으로 쓰인 아랑후에즈 협주곡이 등장하고, 보조 출연한 아역 배우들이 「엄마 없는 하늘 아래」와 「미워도 다시 한번」을 패러디해 연기한다. 광고는 복고와 향수를 물씬 풍기기 위해 흑백 화면으로 처리됐다. 오비라거 광고에 이어 이 광고를 만든 오리콤 제작팀은 『뭉클한 모정(母情)을 터치터치 002의 이미지와 결합시키자는게 광고의 목적』이라며 『내용과 상관없이 캥거루가 등장하는 것도 이런 장치』라고 설명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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