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외무성·방위청 등 정보 분업체제로 명성/공식 국가기관 없어95년 3월20일 도쿄(東京) 관청가 가스미가세키(霞0關)를 지나는 3개 노선의 지하철에서 12명이 숨지고 5,500여명이 다치는 「지하철 독가스 사건」이 터졌다. 사건 직후 야마나시(山梨)현 가미구이시키(上口一色)촌의 옴진리교 본부를 수색한 경찰은 천장밑 비밀 다락에 숨어있던 교주 아사하라 쇼쿄(麻原彰晃)를 간단히 붙잡았다. 교단에 「스파이」를 넣어 둔 덕분이었다.
일본의 스파이 역사는 길다. 전국시대 때부터 전문 정보꾼이 존재했고 러일전쟁이나 제2차 세계대전의 스파이활동은 지금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런 전통은 아직도 정보 분업체제 속에서 살아있다.
그러나 일본에는 현재 공식적인 국가정보기관이 없다. 분야별로 올라 오는 정보를 최종 종합·판단하는 「내각 정보조사실」이 있으나 경찰과 공안조사청 등에서 파견된 100여명으로 운영되고 있어 자체 정보수집 기능이 없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 정보기관의 변화가 시대의 과제가 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고전적 정보기관의 설치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중앙정보기관의 부재 공백은 법무성 공안조사청, 방위청 정보본부, 공안경찰, 외무성·통산성 등이 메워주고 있다.
법무성의 외청인 공안조사청은 단일정보조직으로는 일본 최대규모. 1,800여명의 요원이 국내치안정보와 대외정보를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한 관련 정보수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9년말 서방에서는 처음으로 구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계획을 포착해 능력을 과시했다. 구단회(九段會) 등 많은 외곽 비공식 단체를 두고 정보수집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행정개혁 과정에서 한때 해체논의도 일었으나 일부 조직만 축소한 채 살아 남을 전망이다.
국가 정보기관의 부재로 일찌감치 민간 정보수집 기능이 발달한 일본은 최근 군사·안보관련 정보 수집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변국이 군사력 강화의 일환으로 보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방위청 정보본부를 창설한 것도 거꾸로 가는 일본 정보정책의 한 예이다. 민간의 경제정보 수집 능력이 탁월한 것도 이런 역변화의 한 요인이다.
97년 1월 방위청과 육·해·공 자위대, 통합막료회의(합참) 산하의 정보기구를 통합해 발족한 정보본부는 군사·안보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1,600여명의 전문 요원이 포진해 있으며 주로 통신감청을 통해 정보를 얻고있다.
◎일 ‘JETRO맨’ 경제정보전 주름잡는다/무역진흥회 57개국 파견/뛰어난 수집력 자랑/기업체 주재원도 맹활약
『일본무역진흥회(JETRO)와 기업체 주재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마라』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산업·경제 정보전쟁의 와중에서 미국과 유럽 정보기관에 내려져 있는 특명이다.
한국무역진흥공사(KOTRA)와 비슷한 조직인 JETRO는 웬만한 정보기관 이상의 정보수집력을 자랑한다. 57개국 80여개 사무소에 포진한 「JETRO맨」은 잘게 쪼개진 분야별로 정보를 수집, 본국의 경제정보부와 해외조사부로 보고하고 이는 곧바로 통산성으로 올라간다. 분야별 전문가들이란 점에서 이들이 수집하는 정보의 가치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기구가 아니더라도 미쓰비시(三菱) 미쓰이(三井) 마루베니(丸紅) 스미토모(住友) 등 종합상사와 마쓰시타(松下) 히타치(日立) 등 다국적 기업 주재원들의 정보수집 활동도 간과할 수 없다.
사실상 일본 경제정보 수집활동은 이들이 맡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국익앞에서는 하나가 되는 일본의 특성이 이들의 위력을 뒷받침한다. 일본 정부가 정보예산의 80%를 경제정보 수집활동 지원비로 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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