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담당할 실(室)은 조직인선이 진행중에 있어 아직까지 기사와 관련된 업무를 추진할 상태가 아님을 알려드리오니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기획예산위원회가 21일 언론사에 보낸 자료다. 일을 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신문기사가 나올 수 있느냐는 이야기다. 진념(陳稔) 위원장이 임명된 게 4일. 1급인 사무처장과 정부개혁실장은 그로부터 아흐레, 국·과장은 또 나흘뒤 각각 내정됐다. 국·과장은 아직도 사령장을 받지 못했고, 실무작업을 해야 할 사무관도 없는 상태다. 물론 책상 등 집기만 놓인 임시사무실에서 국·과장들이 현안을 챙기고는 있다. 그러나 신설부처이고, 인력을 넘겨 받아야 할 재정경제부와의 조율이 늦어지는 때문이라지만 예산편성지침 작성과 재정·행정개혁 등 기획예산위가 맡고 있는 막중한 업무를 감안하면 너무 여유롭다.
새정부 출범 24일째인 이날 오전 10시 과천 재경부 5층. 복도엔 의자와 서류박스가 빽빽이 쌓여있고, 외자관리·국제기구과 직원들이 칸막이를 치우며 사무실을 정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외부전화가 걸려와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등도 뒤숭숭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조직이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도 1급간부들에 대한 인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DJ쪽이고 B씨는 JP계라던데』 『C씨가 산하기관으로 내려가면 D씨가 (본부로) 들어오겠지. 잘하면 E국장이 승진할 수도 있겠군…』 하마평이 일과가 되고 있다.
날마다 1만명가량의 실업자가 길거리로 내몰리고 수출업체들이 신용장개설을 위해, 일부 기업들은 급전을 구하기 위해 은행창구를 전전하고 있지만 경제부처는 아직 인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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