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害 변수’로 초점 흐려선 안돼/“문서유출처럼 계산된 행동아니냐” 의심/權씨 회복때까지 정치적 공방은 불가피여권은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자해사건」으로 북풍 진상규명의 방향이 틀어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사건이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차단, 안기부 기밀문서 유출로 왜곡된 북풍 파문을 조기 수습하고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여권의 일관된 방침이다.
이같은 방침의 저변에는 이번 자해사건이 문서 유출과 맥을 같이하는 계산된 행동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서」에 국민회의 관계자들의 이름이 다수 거명됨으로써 벌써 북풍의 초점이 흐려졌다』면서 『권전부장은 사건을 사법당국으로부터 정치판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측은 권전부장이 소환전 김중권(金重權) 비서실장 등과 접촉, 모종의 요구를 전달했다는 권전부장측 주장과 일부 보도를 거듭 부인하면서 불쾌감마저 표시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마치 우리가 권전부장과 타협하거나 거래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면서 『그로부터 협박을 당할 만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여권은 북풍사건에 대한 사법적 대응을 강화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조사는 자제하기로 내부방침을 사실상 정리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자해사건으로 여권이 여러가지 부담을 안게된 것이 사실이다.
우선 권전부장이 회복될 때까지 수사가 답보할 가능성이 있고, 그동안에는 정치적 공방이 불가피하게 가열될 전망이다.
전직 정보기관 책임자가 자해까지 한 마당에 정치권에 대한 조사를 피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유출된 문서가 기준이 될 경우 여권 인사에 대한 조사에 상당한 시간을 빼앗기고, 그 과정에서 북풍사건의 진상은 구여권 핵심 등 몸통 보다 깃털에 쏠리면서 초점 자체가 흐려질 수도 있다. 여권이 권전부장의 자해사건이 어떻게 평가될 지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1일 『국민에게 사건 전말을 낱낱이 알릴 것』을 지시한 것은 동정 여론 등으로 사건의 본말이 전도될 것을 우려하는 여권의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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