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사 막바지에…” 검찰 당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사 막바지에…” 검찰 당혹

입력
1998.03.22 00:00
0 0

◎오전 6시 大檢보고때 權씨 자해 외부 노출/金 지청장 굳은표정 분주·申 부장은 침울/수습맡은 본청검사들 “도무지 이해안돼”「북풍(北風)공작」 수사 막바지에 찬물을 끼얹은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자해사건으로 검찰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권씨의 자해는 21일 오전 6시께 처음으로 외부에 감지됐다. 이 시각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는 신상규(申相圭)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5부장이 김원치(金源治) 지청장과 대검에 전화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신부장은 전화통화에서 『부인과 일행이 병원을 다녀갔다…벽에 이마를 마구 부딪쳤다…(보고서를)바로 가져가겠다』는 등의 말을 해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케 했다. 한 직원은 『무슨 일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금 후면 모든 것을 발표할 것』이라며 사라졌다.

새벽 5시30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을 나선 김지청장은 서울지검에 들러 수사팀과 대책을 숙의하고 오전 7시45분 남부지청에 도착했다. 김지청장은 서류를 챙긴 뒤 말붙일 틈도 없이 30분만에 다시 서울지검으로 향했다.

오전 8시40분께 서울지검에 도착한 김지청장은 검사장실과 3차장실, 특별조사실을 바쁘게 들락거렸고 시종 표정이 굳어 있었다. 신부장은 특별조사실에서 1층의 기자회견장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안에서 안경을 들어올려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에 김지청장은 『괜찮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며 다독거렸다.

오전 9시40분께 시작된 기자회견중 김지청장은 기자들의 「자살기도」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시각 박태종(朴泰淙) 차장검사 등 남부지청 검사들은 기자회견을 TV로 지켜보며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형사5부의 한 검사는 『구여권의 반발심리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검찰은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북풍공작 수사가 순조롭게 마무리돼가는 단계에서 돌발사태에 부딪치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채 종일 긴급대책회의를 잇따라 소집하는 등 긴박하게 돌아갔다. 비상연락망을 가동, 시시각각 변하는 권씨의 용태를 보고받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검찰의 한 간부는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며 『왜 하필이면 검찰청에서…』라며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검찰내부에서는 전직 안기부장에 대한 예우에 너무 신경쓴 수사팀의 미숙한 수사진행이 불상사를 초래했다는 자책의 분위기도 강했다. 이날 오후 남부지청의 수사팀이 특조실 열쇠를 서울지검 강력부에 반환한 뒤 철수하자 서울지검은 피가 흥건히 고여있는 1104호실을 원형대로 보존해 놓았다. 수습을 맡은 서울지검 본청 검사들은 『피의자가 칼날을 빼낸 것이나 화장실에서 5분여간 자해할 동안 감시하지 못한 것 모두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태규·이영태·유병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