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한보 한라등 「3대 부실기업」의 처리방향이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산업자원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조속한 부실기업 처리를 주문했고, 박태영(朴泰榮) 장관은 빠른 시일내에 처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IMF 국난(國難)의 빌미가 되었던 부실기업들은 부도가 난지 1년여가 넘도록 방치되고 있다. 엄청난 국가자원이 투입된 대기업들이 망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생(回生)의 길을 열어 가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시간을 끄는 것은 김대통령의 지적처럼 국민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대외신인도 개선에도 큰 걸림돌이 되어 왔던게 사실이다. 부실 처리를 늦출수록 부실의 규모만 키워 정리비용이 늘어나고, 외국투자가의 눈에는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아닌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경제개혁 의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IMF 사태가 왜 왔는가. 작년 1월의 한보부도와 그에 이은 기아의 좌초등 대기업의 연쇄부도에 미적거리며 시간을 끈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그동안 곪아있던 우리 경제의 곪집까지 일시에 터뜨렸기 때문이 아닌가. 이제 우리 경제는 더 이상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여력이 없다. 부도난 이들 대기업의 부실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국민경제에 파급될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산업의 경쟁체제를 재구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법정관리신청을 한 기아자동차는 금명 정리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질 예정이고 한보철강은 지난 2월 회사정리 계획안이 제출돼 법원의 심사를 받고 있다. 한라중공업은 법정관리 신청이 이미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인수위 보고과정을 통해 정부도 대체적인 처리 복안이 선 것으로 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구체적인 처리방향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처리의 기준이 명확하고 분명해야 하며 방향도 경제논리에 투철해 달라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처리비용과 산업의 경쟁력기반 강화 이외에 어떤 국민정서나 정치논리도 배제되어야 한다.
우리가 IMF 체제를 벗어나고 나아가서 새로운 경제번영의 궤도에 재진입하려면 산업의 경쟁력기반이 재구축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기준이 불분명한 부실정리는 정부의 입김으로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뒤흔들며 많은 부작용을 빚었던 과거 정권의 산업합리화나 다를게 없다. 기아 한보 한라등의 정리에서는 특히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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