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개중 1개꼴 적자로 총 4조5,000억 넘어/제일·서울銀 최대… 환율폭등·고금리 큰 영향510개 12월 결산법인들은 지난해 4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상장기업들이 전체적으로 적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6개 은행의 적자규모는 3조8,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주식평가손과 대손충당금을 반영할 경우 적자규모가 7조원 안팎으로 불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장기업 3개중 1곳은 적자
20일 증권거래소가 12월결산 상장사 510개사(관리종목 제외)가 제출한 97회계년도 경영참고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441조2,743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19.49% 증가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전년의 3조8,159억원 흑자에서 4조5,543억원 적자로 반전됐다.
적자를 낸 상장기업도 156개사로 12월결산기업의 30.5%에 달해,상장기업 3개중 1개꼴로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제일은행으로 1조6,100억원을 기록했고 서울은행의 적자도 9,10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또 대한항공과 쌍용자동차의 적자가 3,000억원을 넘어섰으며, LG반도체 조흥·한일은행 아남산업 현대전자산업 등도 2,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다.
제일은행은 96회계년도에 62억원의 흑자를 냈고, LG반도체 조흥·한일은행 등도 1,000억원 안팎의 흑자를 기록했었다.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무더기로 적자를 낸 것은 환율폭등에 따른 환차손과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이 급증한 반면 내수는 침체돼 채산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 급증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흑자전환 기업은 8%에 불과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속에서도 41개사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OB맥주가 96년 964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764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호남식품 삼영모방공업 한국유리공업 현대미포조선 한화종합화학 등도 선전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매출증가나 부가가치 확대 보다는 출자지분 처분이나환차익 등의 영업외 부문이 호전된 데 힘입어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나 올해에는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백광소재의 경우 나래이동통신 지분 등의 보유자산 매각으로 순익을 200배 늘렸고, 한올제약 미래와사람 유한양행 등의 순익도 자산매각과 환차익이 밑거름이 됐다.
◆당기순익 상위사 대이동
삼성물산이 29조7,347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에 이어 1위를 고수하는 등 매출액 상위그룹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 부문에서는 자리바꿈이 활발했다. 당기순익 1위와 2위는 포철(7,289억원)과 한전(5,606억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반면 OB맥주가 지난해 적자(503위)에서 자산매각과 매출증가에 힘입어 11위로 급부상했고, 호남식품도 468위에서 28위로 뛰어올랐다.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호남석유화학 등도 당기순익 증가가 돋보였다.
이들 기업들도 자산매각 환차익의 덕을 봤지만, 신속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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