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준비가 실종됐다. 새정권이 들어선지 한달이 다 됐으나 경제회복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우리가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국이란 인식조차 흐려지고 있다. 같은 공동개최국인 일본사람들이 「IMF 위기로 월드컵 공동개최가 어려운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된 후 우리가 한 일은 서울등 10개 개최도시를 선정한 것 뿐이다. 3월1일 다이너스티축구 한일전이 열린 일본 요코하마(橫浜)스타디움이 2002년 월드컵 결승전을 유치하기 위해 지은 구장이란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월드컵 개최준비가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나마 선정된 10개 개최도시도 IMF 한파가 몰아친 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서울 상암동의 주경기장 건설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일부에선 돈들여 월드컵을 공동개최할 것이 아니라 반납해 일본이 단독개최토록 하고 부수적 이익이나 기대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제안까지 했다.
아무리 IMF 시대라 하지만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나라가 한덩어리가 됐던 때가 정말 거짓말 같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시했던 화려한 계획을 이제 와서 취소하거나 축소한다면 우리의 신용도가 땅에 떨어질 것이 뻔하다. 우리가 현재 IMF 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국제적으로 신뢰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신낙균 문화관광부장관은 16일 서울 상암동 주경기장 건설을 그대로 추진하되 경제난을 감안, 지붕면적을 최소화해 경비를 절감하겠다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일차로 보고한데 이어 23일 다시 최종계획을 설명한다. 23일 보고로 흔들림없는 월드컵 준비계획안이 최종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2002년 월드컵 개막까지는 4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 21세기를 맞는 상징물이 될 수 있는 멋진 주경기장등을 때 늦지 않게 짓고 통신 교통 숙박시설을 완비하는데 힘을 모으고 분위기를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IMF 위기 극복이란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경제적으로 월드컵 축구대회는 1조5,700여억원을 투자해 경기장을 건설하면 24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8조원 규모의 생산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나와 있다. 실업자 200만명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점을 떠올리면 더 이상 월드컵 준비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완벽한 월드컵 준비는 실추된 한국의 이미지를 되찾고 21세기를 멋지게 맞이하는 커다란 디딤돌이 된다. 현재 국민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돼 있다. 월드컵 준비는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게 된다는 점만으로도 커다란 자산이다. 월드컵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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