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 마침표단계 돌입/안기부 확인사실 보강수사 수준/박일룡씨 등 사법처리 가능성도검찰이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을 전격 소환, 사법처리키로 함에 따라 「북풍(北風)」 수사가 조기 매듭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검찰은 그동안 권전부장의 혐의사실을 충분히 확인하고도 사법처리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치권의 「대북 커넥션」 비밀 문건이 폭로돼 사태가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확대되고, 이 문건의 유출을 권전부장이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태의 조기 마무리를 위해 권전부장의 사법처리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권전부장이 윤홍준(尹泓俊·32)씨 기자회견을 직접 지시하고 25만달러(실제 전달은 21만9,000달러)의 사례비를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일단 권전부장을 안기부법(정치관여 금지)과 선거법(허위사실 유포)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한 뒤 보강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그러나 권전부장이 북풍공작을 단순히 보고받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지휘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윤씨 기자회견 외의 다른 북풍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윤씨 사건 이외의 북풍공작은 안기부가 자체조사를 통해 충분하고 명백하게 밝힐 것』이라며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안기부는 이미 권전부장이 특수공작원 「흑금성」 박채서(朴采緖·44) 공작과 김병식·오익제 편지 사건 등을 총괄 지휘하고 「대북 커넥션(해외공작원 정보보고)」 문건의 유출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건 내용중 국민회의 관련부분은 대선후 새로 작성된 것으로 밝혀져, 권전부장을 비롯한 구 안기부 세력이 현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내용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안기부가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대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권전부장의 추가 혐의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 경우 윤씨 사건은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마무리하고, 나머지 북풍관련 사건들은 서울지검 본청에서 직접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북풍공작의 총책임자인 권전부장의 사법처리로 사건은 사실상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일룡(朴一龍) 전1차장의 경우 윤씨 사건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아직 소환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전차장이 오익제씨 편지사건 등 북풍공작에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이 정설이어서 추가 사법처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현재까지 정치인들의 관련 혐의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안기부도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 의원 등 관련 정치인들을 조사했으나 뚜렷한 범죄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기부가 윤씨에게 사례금을 전달하는데 모 정치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치인 관련여부는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진상규명 차원에서 관련 정치인들을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을 조사하더라도 사법처리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야당 정치인의 사법처리가 정치보복 시비를 불러올게 뻔한데다, 여당 정치인의 대북거래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김상철 기자>김상철>
◎어떤죄목 적용될까/정치관여·선거법위반 명예훼손 추가될수도
「북풍(北風)공작」의 핵(核)으로 지목돼 검찰에 소환된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적용 죄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권전부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재미동포 윤홍준(尹泓俊·32·구속중)씨의 중국 베이징(北京) 기자회견 배후조종 ▲이대성(李大成) 전안기부해외조사실장이 정대철(鄭大哲) 국민회의 부총재에게 전달한 「북풍 공작」 문건의 작성및 배포 관여 ▲오익제(吳益濟)씨 편지 북풍활용 지시및 이를 위한 기획팀 구성 등 크게 세가지다.
이같은 혐의들이 검찰소환조사에서 드러날 경우 우선적으로 적용될 법조항은 안기부법상 정치관여금지조항. 현행 안기부법 9조는 「안기부원이 직위를 이용해 특정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하는 의견을 유포하거나 이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찬양이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과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윤씨의 김대중(金大中) 후보 비방기자회견을 사주한 사실이 확인되면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죄도 적용될 것이 확실하다. 이미 구속된 이전실장 등 안기부 직원들에게도 이같은 법조항이 적용됐다. 이와 함께 「김대중 후보의 북연계설」을 유포한 대목에 대해서는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추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영태 기자>이영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