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문서에 정치권 ‘일진광풍’/‘북풍수사’ 정치쟁점화로 본질왜곡/느닷없이 ‘비밀문서’ 유출 일파만파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소환으로 북풍공작 사건이 종착점을 향하고 있지만 그 과정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검찰이 지난 대선기간 베이징(北京)에서 『DJ가 김정일(金正日)의 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윤홍준(尹泓俊)씨를 구속했을 때만해도 북풍공작의 전모는 순조롭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총리 임명동의파동으로 정국이 꼬이고 북풍수사가 정치쟁점으로 비화하면서, 본질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서도 안기부는 내부감찰을 통해 지난 대선의 북풍공작 의혹들을 추적, 권전부장 등 안기부 구세력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상당수 확보했다.
오익제(吳益濟) 편지사건을 비롯, 김장수·김병식 기자회견, 김영훈(金瑛勳) 목사·임춘원(林春元) 전 의원 기자회견 등 「DJ음해 북풍공작」에 안기부 구세력의 핵심들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안기부 감찰과 검찰 수사가 북풍공작의 중심권으로 접근하는 시점인 주초에 느닷없이 「해외공작원 정보보고」라는 기밀문서가 흘러나왔다. 윤홍준 사건으로 지난 8일 구속된 이대성 전안기부 해외조사실장이 이 문서를 검찰소환전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 부총재에 전달했고 이어 문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이 문서가 한나라당은 물론 국민회의의 대북접촉까지 포함하고 있어 북풍공작의 불똥은 정치권으로 번지게 됐고 「북풍은 안기부만이 아닌 정치권도 개입된 모두의 잘못」이라는 오도된 논리까지 퍼지게 됐다. 더욱이 문서에 「흑금성」이라는 공작원이 대선때 정치권에 접근, 불법적인 대북접촉을 유도했다는 내용도 있어 파장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문서의 신뢰성이 낮은데다 일부 정치권 연루부분이 대선 이후 2월께 재편집,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서유출의 저의가 의심받게 됐다.
특히 권전부장이 이종찬(李鍾贊) 안기부장에 문서를 무기로 『수사수위를 조절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권전부장이 문서조작과 유출의 배후였음이 확연해졌다. 흑금성 공작원의 실질적인 지휘자가 권전부장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권전부장은 대선 이전에는 오익제편지사건을 비롯, 숱한 북풍의혹사건의 총괄지휘자였으며 대선 이후엔 구명(救命)을 위해 기밀문서 조작과 유출까지 시도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처벌강도가 주목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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