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의 북풍공작 문서유출 사건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우리측의 대북 접촉 시도 및 정보채널 활용이 위축되는 등 남북관계에 일정 수준의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이번 사건의 큰 폐해는 물론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직과 기능이 만신창이가 되고 무능한 집단, 부패한 집단으로 비쳐지게 됐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남북관계를 사실상 주도해온 안기부에 부정적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남북간 의사소통 채널에 어떤 형태로든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흑금성」박채서(朴采緖)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문건내용과 연관된 북측 상대들의 신변, 그리고 우리측 정보·공작원들의 사기 저하를 염려했다. 공개된 공작원은 이미 공작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측도 상당수 요원들을 물갈이할 가능성이 높다. 정보채널이 한번 형성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에게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대북 부서 관리들의 심리적 위축을 빼놓을 수 없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접촉 신청이나 방북 신청이 들어오면, 적극적 자세보다는 전보다 신중한 자세에서 내용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진출을 추진중인 기업체들도 사업 파트너나 중개인이 바뀌지 않을까 촉각을 세우는 상황이다. 박채서씨가 간여해 북한 광고 촬영에 관한 남북경제협력 사업 승인을 얻은 아자 커뮤니케이션을 비롯, 혹시 북측이나 남측 당국의 「변심」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안기부를 「반동의 우두머리」쯤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에 대남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북한에 정치적 공세의 명분을 주지 않고, 대화 분위기부터 조성하자는 것인데 이제 모양이 우습게 된 셈이다.
한 정보 관계자는 『정보전문 시각으로 볼 때 문서 내용은 믿을 만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다』라며 『그러나 문건이 유출됐다는 사실 그 자체가 경악할 일』이라고 평가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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