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시험을 관장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99학년도 수능시험을 98학년도 수준으로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시험의 성격이 입학시험이 아니고 수학능력 테스트이므로 교과서를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하는 것이 당연하다. 무엇보다 망국병으로 번진 과외공부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90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이 시험의 수준이 해마다 일정해서 혼란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대개 몇점이면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지원할 수 있다는 예측이 크게 흔들리지 않아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고교 입장에서도 수능 난이도가 일정해야 진학지도에 통일된 기준을 잡을 수 있고, 대학도 다양한 전형방법 개발이 가능하다. 지난해처럼 갑자기 평균점수가 41점이나 오르는 사태가 오면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번 발표중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는 상위 50%의 수험생이 평균 50∼60점을 받도록 출제했으나 올해는 60∼70점이 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인데, 작년보다 쉽게 출제하겠다는 뜻이라면 좀더 신중해야 한다. 올해는 시험과목 4과목 축소, 선택과목제 및 표준점수제 도입으로 수험생들의 과목별 학습 집중도가 향상될 것이다. 작년과 같은 수준의 출제를 하더라도 평균성적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여건의 변화를 감안해서 수준을 조절해야 한다.
난이도 조절과 관련해 주문할 것은 선택과목간 문제수준을 맞춰서 과목에 따라 득실이 엇갈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2외국어 선택제도가 도입됐을 때 과반수 학생이 일어를 택해 고교 교육이 파행상태에 빠진 일이 있었다. 그런 혼란을 방지하려면 인기과목은 어렵게, 비인기 과목은 쉽게 출제하는 방법으로 특정과목에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택과목제 도입이 발표된 후 각 고교에는 사회문화 같은 특정과목 희망학생이 30%를 넘고 비인기 과목 희망자는 10%도 못되는 편중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출제로 입증해야 한다.
또 한가지 우려할 현상은 일부 대학이 표준점수제 채택을 망설이고 있다는 점이다. 0점과 만점이 없어지는 표준점수제는 변별력이 낮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새 제도는 표준점수와 함께 원점수도 표시하게 돼 있으므로 입학전형에서 이를 참고하면 된다. 명문대들은 또 출제가 쉬워지면 변별력이 낮아진다고 반대하고 있으나, 수능점수를 기본으로 대학마다 다양한 선발방법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 제도가 정착되도록 중요 대학들이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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