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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버린 아내들/제일銀 지점장 부인 ‘남편 기살리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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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버린 아내들/제일銀 지점장 부인 ‘남편 기살리기’ 모임

입력
1998.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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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북받쳐 울음바다19일 오전 10시,제일은행 본점 4층강당에는 40∼50대의 중년 부인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시중은행 최초로 열리는 지점장 부인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은행을 찾은 서울지역 지점장 부인들이었다. 이날 참석자는 205명. 부인총회 참석대상자가 한사람도 빠지지않고 모두 모인 것이다.

먼저 유시열(柳時烈) 행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제일은행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인들께서 지점장들의 내조를 제대로 해준다면 옛날의 영광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행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내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MBC 라디오 동의보감」 신재용(申載鏞) 한의사가 등장, 『남편의 기를 살리려면 100가지 약보다는 바가지를 긁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때까지 부인총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청담동지점 최정남(崔正男) 지점장의 부인인 정태옥(鄭泰玉)씨가 「남편에게 드리는 글」을 읽으면서 분위기가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시낭송을 하듯 정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나갔다.

『…오늘 아침에도 깨끗이 다린 와이셔츠를 입고 나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니 웬지 콧날이 시큰해집니다.…하루 세끼 밥먹고 사는일이 이렇게 가슴저미는 고마움으로 다가올줄은 상상이나 해보았던가요.』 5분가량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정씨가 갑자기 슬픔이 북받친듯 울먹이기 시작했다. 『잦아진 당신의 한숨소리, 늘어만가는 흡연량, 등산길에서 땅만보고가는 당신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워 보여요.…이세상 고통없는 날이 세상의 끝이 아니래요. 고통의 무게가 큰 만큼 영광의 날도 크게 다가오리라 믿어요』 어느새 4층 회의실을 꽉 채웠던 205명 모두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던 남자직원들의 눈자위도 빨갛게 달아올랐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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