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못보내 가슴 아프셨죠 예전같이 야단도 쳐주세요”/집떠난 아빠엔 절절한 그리움인천 동산중(교장 남선우·南先祐)이 IMF 체제이후 편지쓰기를 권장, 갑자기 어려워진 가정의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또 학생들은 편지를 통해 실직한 아빠를 위로하며 재기의 힘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 일감이 없다는 아빠. 동생을 학원에도 못보내 가슴아파하셨죠. 예전같이 야단도 치시고 꾸중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동생이 통닭을 안사준다고 칭얼대 속상하셨죠. 하지만 아빠, 이제 저희들은 피자와 통닭 먹고싶지 않아요. 아빠 걱정마세요」 1학년 L(14)군의 편지다.
더 가슴을 저미는 사연들도 많았다. 「이 편지를 써도 아버지가 받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놀러도 가고 싶었던 저의 꿈은 무너졌어요. 지금 아버지는 행방불명이시니까요. 아버지가 잘 계시는지 걱정이 돼요. 아빠 힘내세요」 아버지가 지난해말 실직한 후 일자리를 찾아 집을 나간 2학년 P(15)군의 편지다.
아버지가 어렵사리 구한 새 일자리를 부끄럽게 여겼다는 2학년 S(15)군은 편지를 쓰면서 철없는 자신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 『지난해 아빠는 빚독촉으로 시달리시다가 사업을 그만두셨죠. 아버지가 직업소개소에서 새 직업을 찾으셨을 때 저는 창피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지금은 아니에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신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아빠 힘내세요』
동산중에는 학급마다 실직가정 학생이 10여명이나 된다. 그러나 비뚤비뚤 쓰여진 편지 어느 한 편에서도 실직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아버지에 대한 깊은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산중 문예담당 신기종(辛基鍾·30) 교사의 책상위에는 최근 며칠 동안 아버지 앞으로 보내는 학생들의 편지가 한아름 쌓였다. 편지쓰기 운동에 편지지와 우송료 등을 후원한 (주)크라운베이커리 유낙현(柳樂鉉) 부장은 『IMF 체제이후 회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과 가정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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