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의 북풍(北風) 공작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들이 매일 터져나와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현재 의혹이 제기된 북풍관련 사안은 두가지다. 안기부가 재미동포 윤홍준(尹泓俊)씨에게 돈을 주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후보를 비방케 하는 공작을 벌였다는 것과 대선기간동안 정치권이 북한측과 접촉하여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다.안기부의 대선개입 의혹은 수사결과 사실로 밝혀지면서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정치권의 대북 커넥션 문제는 진위가 아리송한 채 가공할 위력으로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는 북풍이 처음 터졌을 때 안기부의 특수성을 감안, 신속하고 조용한 진상규명과 수습을 촉구했었다. 그러나 이제 남북 첩보원들이 해외에서 만나 대선관련 공작을 전개했다는 사실이 문건으로 드러난 이상 반드시 진상을 밝혀 관련자에 대한 응분의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우리는 북풍공작 폭로 및 수사와 관련해 적지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문건의 신빙성등을 떠나 안기부의 극비문건이 어떻게 시중에 흘러 다닐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보기관의 기밀은 비밀해제가 될 때까지 비밀로 있어야 한다. 그런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다. 정권이 바뀐 탓이라 해도 기밀문건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둘째 이 모든 것이 북한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내심 우리 대외 첩보망의 붕괴를 바라고 있다. 안기부는 지금까지 공세적인 대북공작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터에 우리의 자중지란은 북한의 공작에 놀아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조속한 수습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 대북공작 내용은 언론이 쉽게 접촉할 수 없는 기밀이다. 이런 기밀이 언론에 유출되어 보도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기밀유출이 자의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 만큼 언론도 대북 커넥션 보도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태도이다. 정치권은 바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이다. 그런데도 집권당 고위당직자가 검증도 되지 않은 문건의 존재등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였다. 또 의혹의 한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책임회피와 정치공세에 급급하는 모습이나 정부의 미숙한 대응도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이유가 되고있다.
의혹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민감한 대북 정보망이나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하여 보호해야 할 기밀사안을 선별해 처리하는 신중성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