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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부치 일 외무의 방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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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부치 일 외무의 방한(사설)

입력
1998.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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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부치 게이조(소연혜삼) 일본 외무장관이 21일 한국에 온다. 박정수 외교통상 장관을 만나 어업협정문제 등 한일간의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것이 목적이지만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후 방한하는 첫 일본 각료라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지금 한일관계는 일본이 1월 23일 일방적으로 어업협정을 폐기한 후 어느 때보다도 경직돼 있다.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아주 높다. 이는 지금까지의 한일관계가 겉으로는 친선을 다짐하면서도 속으로는 불신과 대결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일본은 양국의 이해가 미묘하게 얽힌 어업협정까지도 국내 정치상황과 연결시켜 폐기하는 오만함을 서슴지 않았다. 국제문제까지 이처럼 편의에 따라 처리한다면 일본을 어떻게 믿고 협정을 체결하겠는가. 최근 노보루 세이치로(등성일랑) 일본 총리부 내각외정심의실장이 방한했을 때도 이에 대한 사과나 유감표명이 있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일본군대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엔인권위까지 일본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일본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민간기금에 의한 보상을 고집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역사적 사실까지도 외면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바로 진실을 은폐하고 그때그때 임기응변 및 형식적인 바탕에서 양국관계를 유지해 온 결과다. 김영삼 정권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부르짖었지만 일본이 일방적으로 어업협정을 폐기하는 등 양국관계가 보다 뒤틀려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다케시타 노보루(죽하등) 전일본 총리등과 만나 「양국의 현안은 외교적으로가 아니라 진실에 입각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여기에서 까닭을 찾을 수 있다. 진실을 외면한 양국관계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는 엄숙한 선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부치 장관이 어떠한 생각과 복안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방한이 단순히 현안 처리만이 아니라 21세기 양국관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종래의 「임기응변식」의 생각을 그대로 가지고 온다면 방한할 필요가 없다.

지금처럼 계속 진실을 무시하고 은폐한다면 아무리 다음달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해도 진정한 우호관계는 구축될 수 없다. 이번 오부치 장관의 방한이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한일관계 정립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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