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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부터 갚아놓고/박무 편집국국차장(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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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부터 갚아놓고/박무 편집국국차장(광화문)

입력
1998.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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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차기회장인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500억달러 무역수지 개선 목표를 제시한 것은 모처럼만에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다.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만으로도 경각심을 일깨워줄만 하다. IMF국난을 맞아 모두들 큰일났다고 말들은 하면서도 눈길은 딴데들 쏠려있는게 현실이다. 포철인사나 은행장 물갈이 인사 같은 것들이 관심 끄는 화제가 되고 있다.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직전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빚을 얻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처연한 목소리로 경제위기를 호소할 때만 해도 온 나라가 긴장하는 분위기였는데 한달도 안돼 완전히 풀어진 분위기가 돼버렸다. 국사를 전폐해놓고 정쟁에 골몰하는 정치권이나 인사에 들떠 몇달째 일손을 놓고 있는 정부나 개혁바람에 휘말린 재계 금융계나 어디서고 긴박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태국은 지난 2월중 93%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우리는 겨우 21%다. 지금 같은 환율로는 수출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여 더블로 늘어나도 시원찮은데 금모으기 수출 까지 합해서 겨우 21%라면 너무나 한심하다. 숫자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수출에는 아예 관심도 없고 아무도 애를 쓰지 않는것 같은 나태스러운 분위기다. 과거처럼 수출금융이나 특혜금리 조세감면 같은 지원은 못해준다 하더라도 시책을 수출에 집중시키고 총력체제를 갖추는등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 개혁이다 구조조정이다 하는 것도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우선 빚부터 갚아놓고 보자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의 자세부터가 흐리멍텅하다. 수출을 하자는건지 그냥 내버려 두자는 건지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IMF와 마찰을 빚어가면서 까지 협조융자를 남발하는 정부가 수출에 대해서는 어음매입 조차 제대로 챙겨주지를 않고 있으니 성의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협조융자는 곪은 것을 더 깊이 확산시키는 부실의 확대재생산일 뿐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협조융자가 나가는 것을 보면 개혁이나 구조조정도 더 화급한 일에 순위를 양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 외채는 공식적인 것만으로도 1,500억 달러가 넘는다. 숨겨진 것 까지 합하면 2,000억달러가 넘는지 얼마가 되는지 알 수 없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만 갚기 위해서도 1년에 최소한 15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여야 하는 형편이다. 그만큼 흑자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만한 흑자를 못내면 결국은 이자 때문에 새 빚을 내야하고 원금에 이자가 겹쳐 빚이 빚을 낳으면서 순식간에 외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흑자 150억달러 미달이면 빚더미의 멍에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보다 중요한게 뭐가 있을 수 있을까. 협조융자를 위해서 무리를 할 수 있다면 수출을 위해서는 그 보다 더한 무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개혁과 수출이 충돌한다면 개혁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구조조정이 걸림돌이 된다면 구조조정을 미뤄야 한다. 수출로 핑계를 삼아서는 안되지만 다른 일 때문에 수출에 전념할 수 없다면 그 다른 일이 뒤로 가야 한다.

김우중 회장의 500억달러 흑자론은 수출을 300억달러 늘리고 수입을 200억달러 줄이자는 것인데 수출 300억달러 늘리기는 지금의 수출증가율 21%를 30%이상으로 가속시키면 가능한 일이고 수입 200억달러 감축은 지금의 수입감소율 29.5%를 그대로 유지하면 초과 달성도 될 수 있다. 노력하면 되는 일이다. 김회장의 제안대로 500억달러 정도는 흑자가 나야 이자를 갚고 원금도 일부 갚아 나갈 수 있다.

지금은 수출을 국가의 지상과제로 삼아야 할 때이며 정부와 기업 근로자등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과 온 국민이 수출지상주의의 일념으로 매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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