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의 올바름을 선이라 하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라 합니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른 때를 일컬어 「진선진미」(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움)라 합니다』(신영복 「나무야 나무야」(돌베개 펴냄)중에서)말로는 다들 「목표」와 그에 이르는 「과정」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는 분명 「수단」보다 「목적」을 더 중요시 해왔다.
어떻게든 「명분」만 만들면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의 성격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 경제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심각한 인권침해나 독재는 불가피하다고 넘겨버린다. 「통치」를 위한 목적이라고만 하면 대통령의 「불법적」 행위도 이내 곧 「합법」이 되며, 정치적 이념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목적이라면 같은 민족이 굶어죽는 것을 그냥 지켜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고,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부당 노동행위와 정리해고의 구별이 불필요한 일로 여겨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목표의 추잡성과 과정의 부도덕함이 극치를 이루는 「북풍공작」이 해부대에 올랐고, 진리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의 교수임용을 둘러싼 비리가 드러나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목표와 과정의 올바름에 사회적 관심이 생겨나기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IMF시대」에 경쟁지향적인 목표만 남고 과정에 대한 고민은 완전히 생략될 염려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세계화된 위기」는 천편일률적인 경제구호 아래 국민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목표와 내용의 폭을 현저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IMF한파」는 우리 사회의 힘없고 돈없는 계층에게 가장 매섭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이라는 목표만 남고 그 과정을 올바르게 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실종될 때 일반 서민은 참으로 비인간적인 고통을 겪게된다. 어려운 때일수록 개인적 차원이나 국가적 차원에서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르도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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