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번역·공학적 예측넘어 사회구조·가족생활 변화 등 사회과학적 측면 다각도 분석샌드라 불록 주연의 영화 「네트」에서 주인공인 미모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피자도 비행기표도 PC통신으로 주문한다. 취미는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광과 채팅하는 것이 전부이고 외출은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갈 때뿐이다. 이 영화는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보여주고 있다.
SF영화는 미래를 이미지화하지만 학자들은 분석하고 이론화한다. 최근 들어 정보사회의 사회과학적 측면을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 부쩍 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시각에서 이뤄진 연구성과들이어서 더 주목된다.
95년 10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디지털이다」(박영률출판사)가 번역돼 나온 이후 정보사회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게 커졌다. 그러나 대부분 외국책의 번역물이거나 정보사회의 미래를 그리는 기술·공학적 예측에 머물렀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연구서들은 한층 높아진 우리 학계의 연구수준을 반영한다.
대표적인 것이 두 출판사가 같은 제목으로 낸 「정보사회의 이해」. 정보사회학회(한국사회학회 정보사회분과학회)가 펴낸 「정보사회의 이해」(나남출판,1만2,000원)는 정보사회시대의 사회구조 변화, 불평등, 노동, 가족생활, 기업과 문화의 문제를 다양하게 점검한다. 예를 들어 「누구를 위한 정보화(또는 정보사회)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낙관적 전망과 비판적 전망을 비교·검토한다.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는 학자들은 정보화를 통해 사회적 생산력과 효율성이 경이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사회구성원 모두가 경제적 혜택을 보게 되며 이에 따라 민주주의와 평등한 사회관계가 발달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비판적인 학자들은 사회적 개입을 통해 정보화가 올바르게 견인되지 않으면 정보화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생활과 자유의 침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짐에 따라 대자본은 국경을 초월한 투자와 투기로 막대한 이윤을 획득하면서 국민국가의 영향력과 노동의 힘을 약화시킨다』
미래미디어에서 낸 「정보사회의 이해」(1만3,000원)는 서울대 세계지역원의 정보화프로젝트를 맡은 여러 대학 사회학과교수 8명이 공동집필한 것. 『정보사회가 초래할 「멋진 신세계」에 대한 열광과 정보화를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와 장삿속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하는 냉소』 사이에서 균형적 시각을 유지한다. 집필자중 울산대 사회학부 조형제 교수는 『정보사회연구에 관한한 기술 자체가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외국에 비해 크게 뒤질 것은 없다』며 『정보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등 각론에 대한 연구를 더욱 본격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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