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부터 초만원 ‘흥청망청’ 딴세상/“금융재산가·정권줄대기 접대 손님” 분석국제통화기금(IMF) 「고통터널」에 채 들어서기도 전에 호화 룸살롱 등에 흥청망청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IMF체제가 시작된지 겨우 100여일 만에 일부 부유층에서부터 졸라맸던 허리띠가 급속히 풀리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일부 고급 룸살롱은 언제 IMF한파가 몰아닥쳤냐는 듯 초저녁부터 외제양주로 파티가 질펀하게 벌어지고 손님들이 몰려 빈방이 없을 정도다.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IMF체제이후 금융재산가들의 소득이 늘어난데다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 상환기간이 6개월연장돼 돈이 좀 도는 것 같다』면서 『정권교체로 「줄대기」접대 손님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압구정·논현동일대 룸살롱에는 최근 평일에도 빈방이 없을 정도로 성업중이고 룸살롱을 떠났던 접대부들도 다시 돌아와 「더블」을 뛰는 등 지난 연말과는 사뭇 달라졌다.
압구정동 N룸살롱은 3월들어 15개의 방이 거의 매일 꽉 찬다. 이 룸살롱의 한 종업원은 『최근 고금리로 이자소득이 늘어난 강남의 사채업자 등 금융자산가들이 서서히 몰려들고 있다』며 『손님들은 대부분이 외제 고급차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논현동 P룸살롱 주인 윤모(41)씨는 『아가씨들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 지난해 가을 수준의 손님을 확보하고 있다』며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을 보장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압구정동 L룸살롱 종업원 김모(25)씨는 『IMF는 돈있는 사람들과는 무관한 것 아니냐』며 『아직까지 이 업소는 불황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룸살롱 업주들은 기업들의 행사가 대부분 취소 또는 축소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내레이터모델, 도우미 등 미모의 여성들을 스카우트, 이들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손님들을 유치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친구들과 역삼동 P룸살롱에 다녀온 정모(45)씨는 『룸살롱이 된서리를 맞았다는 말만 들어오다 막상 가보니 완전히 딴판이었다』며 『10여개의 방이 모두 꽉 찼고 접대부들이 두방 손님을 대접하는 등 IMF이전과 달라진게 없었다』고 말했다.
강남일대에서 2개의 룸살롱을 경영하다 최근 T룸살롱을 개업한 정모씨는 『IMF체제이후 많은 룸살롱이 문을 닫은 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정권교체이후 손님이 늘어나 다시 종업원들을 불러 모으는 등 개업준비를 하는 업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소비추방범국민운동본부 박찬성 사무총장은 『IMF체제 극복을 위해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최근 일부 부유층들이 흥청망청하며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주고 있다』며 『IMF터널에 채 진입하기도 전에 근검절약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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