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방조 참회” 발표 불구 교황·교회 책임회피 실망로마교황청은 16일 2차세계대전 당시 교회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12면 ‘키워드’ 참조)을 외면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이같은 「고해성사」는 87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유대인 지도자들에게 홀로코스트에 대한 입장표명을 약속한 지 11년만에 나온 것으로, 가톨릭 역사상 전례없는 일이다. 가톨릭이 근자에 유대인과 관련해 견해를 드러낸 것은 「유대인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데 대해 집단적인 책임이 없다」는 65년 포고문이었다.
교황청 「종교관계 위원회」는 이날 18쪽의 포고문을 통해 『신도들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충분히 항의하지 않은 「실수와 과오」를 깊이 참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그러나 「나치의 후견인」이었다는 비난을 받는 당시의 교황 피우스 12세에 대해서는 『반유대주의를 비판했고, 개인적으로 또는 대리인을 통해 유대인 수만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옹호했다. 일부 신도들과 가톨릭 국가가 학살을 방조한 잘못은 있으나 교회 자체에는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같은 유감표명에 대해 대다수 유대인들은 큰 실망을 나타냈다. 『학살을 비난하고 나치에 대항, 투쟁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지난해 프랑스및 독일 주교단 회의 결과에도 못미친다는 반응들이다. 이스라엘 율법학자 메이르 라우는 『당시 교황의 수치스런 태도에 대해 분명히 사과해야만 한다』고 주장했고, 나치즘연구기관인 바젠탈센터 관계자는 『기독교의 반유대주의가 홀로코스트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톨릭의 이번 조치는 종교적 화해를 향한 중요한 첫 걸음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바오로2세는 그동안 과거 신교도에 대한 박해, 자연과학에 대한 편견 등 역사적 과오를 시인하는 발언을 통해 가톨릭의 거듭남을 시도해 왔다. 93년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유대교와 화해를 모색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황은 또 2차대전때 폴란드에서 주교로 있으면서 유대인보호에 힘썼던 인물이기도 하다. 교황은 이날 포고문 서문에서 『(이번 조치가)과거의 오해와 부당함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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