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DJ 다루기 어렵고, 이인제 다루기 좋다”/5월17일 북,안기부에 “국민회의 연결고리 만들라”/5월26일 북,이중첩자 흑금성에 3후보측 침투지시/10월1일·22일 이인제측 조모씨 북 안병수와 북경 접촉/11월20일 정재문 의원 북경서 안병수에 돈가방 전달/12월14일 안기부,북측에 확실한 DJ치기 자료 요구안기부의 비밀보고서 「공작원의 대북접촉 동향」은 200쪽 분량으로 96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의 활동상황을 담고 있다. 이 문서 중에는 안기부 최고책임자에게 보고됐음을 시사하는 00 이라는 일련번호가 붙은 문건이 있고 모든 문건의 표지 오른쪽 상단에는 「비」 자가 붉은 색으로 찍혀 있다. 다음은 여권의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정재문 의원 베이징 접촉
정재문 의원은 지난해 11월20일 베이징 한 호텔에서 북한의 안병수 조평통위원장대리와 비밀리에 만났다. 정의원은 안위원장대리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김대중 후보를 쳐주면 돈으로 보답하겠다』면서 『북에서 직접 북풍을 일으켜 달라』고 요구했으나 안위원장대리는 『확실한 답을 해 줄 수 없다』는 김정일의 유보적 태도를 전했다. 정의원은 이때 360만달러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건네주었다. 북한측 내부의 안기부 협력자는 11월22일 『안위원장대리는 3명의 대선후보에 대한 끈을 다 갖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이회창 후보쪽에서 재미동포를 통해 안선생과 접촉했는데 이는 안기부가 뒤에서 지원한 것으로 지금은 재미동포가 배제되고 정의원이 직접 사업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대선평가
김정일은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에 대해 『젊은 애라 다루기 좋다』고 언급했으나 김대중 후보는 『노회해서 다루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관련한 발언은 없었다. 그는 대선 초반에는 이인제 후보를 선호하는 듯했으나 후반들어 이회창 후보 쪽으로 기우는 느낌을 주었으며 상당히 고심하는 흔적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이인제 후보측과 관련된 공작
안기부의 이중 공작원 흑금성은 97년 5월26일 평양 고려호텔 안가에서 북측으로부터 김대중·이회창 후보의 선거운동조직에 침투할 것과 이인제 전 경기지사의 참모 조모씨와 친교를 맺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흑금성은 8월22일 모란봉지역 한 초대소에서 김정일과 비밀 면담했다. 10월1일부터 이틀간 조모씨는 안병수 위원장대리를 접촉, 대선에서 상호협력할 것을 제의받았다. 10월6일 안기부 공작원으로부터 이인제 후보측의 의중을 전달받은 안위원장대리는 『협력하기로 한 원칙이 중요하다』며 이후보가 북측이 지원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안위원장대리는 10월22일 베이징에서 조모씨를 만나 ▲김대중 후보 측근의 북한접촉 내용 ▲김대중 후보의 대북관련 사실에 대한 오익제씨의 증언(비디오 테이프)으로 김대중 후보를 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1월22일 북한 공작원은 베이징 켐핀스키 호텔에서 안기부 공작원에게 이인제 후보 지원중단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안기부 공작원이 『그렇다면 김대중 후보를 지원하는가』라고 묻자 북측은 『절대로 그렇지 않으며 김대중을 당선되게 하면 안된다』고 대답했다.
◆북한의 김대중 후보와 관련된 공작
북한측 공작원이 97년 5월17일 이후 안기부 공작원에게 『국민회의 J의원을 접촉하여 샘물사업과 관련된 연결고리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97년 6월부터 11월초까지 안기부 공작원은 J의원과 9회 접촉했다. 안기부 공작원이 97년 10월 안병수위원장대리와 접촉했을 때 안위원장대리는 김대중 후보쪽에서 『4·11 총선 당시 북풍을 불어준 내용을 입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를 흘렸다. 11월3일 이후 김대중 후보의 측근 C씨는 베이징에서 북측과 접촉, 북풍을 일으키지 않을 경우 연방제 통일안 수용, 대북원조 제공 등을 약속했다.
◆안기부와 북측 공작원간의 접촉
12월14일 안기부 공작원은 베이징 켐핀스키 호텔 공작원 숙소에서 북측 공작원 5명을 만나 『최근의 오익제편지, 김병식편지, 윤홍준 유인물 등은 너무 노골적으로 처리해 국민과 언론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대중을 치려면 한 두개로 확실하게 해야 할 것 아닌가. 사진같은 확실한 자료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김대중치기는 공화국의 변함없는 일관된 방침이며 사진같은 자료를 쓰게 되면 남조선에 대한 내정간섭 같은 격이 되어 곤란하다』고 대답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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