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옷 입는 ‘아그네스’/김혜수·양희경·연운경 힘있는 연기자 내세워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이제 신화가 됐다. 83년 20일로 예정됐던 초연은 340회의 매진행렬 속에 이듬해 3월말까지 이어졌다. 예약을 하고도 두 달을 기다려야 했고 「도대체 이 연극을 왜 보는가」라는 의문과 호기심을 갖고 6만5,000명이 줄을 이었다. 당시 뉴욕대에 유학중이던 윤석화씨는 여름방학을 1년으로 연장했고 결국 스타로 탄생했다.
아그네스가 새로워진다. 실험극장이 김동훈연극상 기금마련 공연 2탄으로 준비한 「신의 아그네스」는 김혜수 연운경 양희경씨등을 내세워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31일 막을 올린다. 건강미와 섹스어필 만점인 탤런트 김혜수씨가 가냘픈 이미지의 아그네스로 분한다는 것은 파격이다.
김씨 뿐 아니라 연운경 양희경씨도 힘이 넘치는 연기자다. 이들은 과거공연의 고정틀에서 벗어난 인물을 만들어 낼 생각이다. 아그네스는 깍쟁이같고, 원장수녀 역시 권위보다 음흉함이 엿보인다. 닥터 리빙스턴은 무대를 떠나지 않고 아그네스를 둘러싼 유아살해사건을 이성과 논리로 추적한다. 연운경은 리빙스턴처럼 항상 연습실을 지키며 배우들의 중심을 듬직하게 잡아준다.
연출자 윤우영씨는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을 받은 기대주. 실험극장에서 조연출자로 일하다 92∼96년 영국 브리스톨대서 유학했다. 그는 『무대위에 세겹의 비뚤어진 아치를 세우고 강렬한 조명을 비춰 순간적으로 그림같은 장면을 만들겠다. 이러한 회화적 실험을 정극무대에서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번역대본을 검토하며 삭제된 몇몇 단어를 추가하고 라틴어노래를 우리말로 바꾸는등 「신의 아그네스」에 새옷을 입히는 작업을 했다. 4월12일까지 평일 오후 5·8시,토일 오후 3·6시 문예회관 대극장. (02)7645262<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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