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복합투여 ‘칵테일 요법’ 효과/에피비어+인터페론 등 바이러스증식 크게 낮춰/간 한개를 두명에 이식 분리이식술도 최근 시도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병이 상당히 진행돼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총인구의 7∼8%가 만성간염의 주원인인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40대 남성의 사망원인 1위는 만성간염 간경변 간암등 간질환이며,특히 간암발생률은 세계 1위이다. 그러나 간질환은 점차 정복돼 가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의학기술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13년동안 간질환과 싸워 이긴 재미언론인 이경원(70)씨의 체험적 수기를 싣는다.
에이즈 치료의 신기원을 연 「칵테일요법」은 B형간염 전문가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최근 에이즈환자의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3가지 약제를 병합 투여하는 칵테일요법 덕분이다. 수많은 연구소와 간이식센터,간전문클리닉의 과학자와 의사들은 만성 B형간염,간경변,간암등과 전쟁을 하면서 자신들의 칵테일요법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90년 이전만 해도 간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의 중증환자를 살릴 수 있는 치료법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미국에선 항바이러스 약물과 이식기술이 급속히 발전했다. 간염퇴치를 위해 헌신하는 전사들은 비록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열심히 일해 왔다. 간염연구자들은 이제 조심스런 희망에서 공공연하게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여러 기관에서 간 이식을 전후해 시도한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복합투여법에 주목하고 있다. 보편적인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인터페론과 에피비어(epivir)라는 항바이러스 약물을 복합투여하는 치료법이 이미 많은 이식센터에서 시도됐다. 새 항바이러스 약물인 에피비어는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의 생산을 차단,간염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간이식환자에게 적용되는 단일 HBIG요법은 90년 이전만 해도 이식후 간염 재발률이 80∼100%에 이르렀다. 그러나 갠사이클로비어(ganscyclovir)라는 약물이 등장,재발률을 크게 낮췄다. HBIG나 새 항바이러스 약물을 근육인터페론과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도 재발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새로운 항균약물과 정밀한 외과적 수술기법의 등장은 간이식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고 수술비용을 거의 절반수준으로 낮추는데 기여했다.
에피비어 외에 라비카비어(labucavir) 아데포비어(adefovir) 팜시클로비어(famciclovir)와 같은 새로운 항바이러스 약물도 임상실험중에 있다. 이들 약물은 간염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동남아시아의 여러 연구센터에서 에피비어를 1년간 시험투여한 결과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이 나왔지만,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바이러스 변이라는 골치아픈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임상실험에 참여한 환자중 12%는 약물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임상실험은 장기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련의 실험은 아시아인이 B형간염에 대해 방어체계가 약하다는 지금까지의 의학적 믿음도 깨뜨리고 있다.
스탠퍼드대학 메디컬센터의 간염전문가 에멧 키프 박사팀은 아시아인들과 비아시아계 환자의 간이식후 간염 재발률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키프 박사는 『역사적으로 아시아인은 물론 아시아계 내과의사 사이에도 자신들이 B형간염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믿음은 이제 궤도수정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제퍼슨대학병원의 권위있는 간암전문가 한혜원(62) 박사는 최근 아시아계 간염환자가 인터페론 치료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기존의 주장을 뒤엎는 깜짝 놀랄만한 임상실험결과를 내놓았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한박사는 76년 세계 최초로 B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의학상을 받은 바루치 블룸버그 박사와 17년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계 환자들도 일반적인 인터페론 치료로 50%의 성공률을 보일 수 있다』며 『현재 개발중인 새 항바이러스 약물과 복합치료할 경우 인터페론 요법의 성공률은 더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간이식센터 책임자인 캘리포니아대학(UCLA)병원 외과의사 로널드 부쉬틸박사는 83년 이후 3,000여건의 간이식수술을 시행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도 처음에는 아시아계 환자의 B형간염 재발률이 더 높은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약물과 외과적 수술방법의 발달로 아시아인도 비아시아계와 마찬가지로 재감염률이 크게 낮아졌다. 또 간염 때문에 이식을 받은 환자도 다른 질병으로 간이식수술을 받은 환자와 거의 비슷한 생존율 및 수술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의 오랜 동료인 레오너드 골드스틴 박사도 『에피비어를 다른 신약물과 병합 투여할 경우 획기적인 간염 치료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간이식환자 장기생존율이 85%이상인 UCLA병원은 간분리 이식술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긴다. 그들은 임신 5개월된 여성에게 긴급수술을 하면서 간 기증자를 찾을 때까지 2주간 인공간을 이용,환자의 생명을 유지했다. 이어 기증자가 나타나자 간을 두 개로 분리, 두 명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부쉬틸 박사는 『현재 환자 8,000∼9,000명이 간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나 절반이나 그 미만인 4,000명만이 간을 기증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간분리 이식술의 발달은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식센터는 장기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사람의 간과 유사한 동물의 간을 이용하는 연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경향은 남가주 시다스시나 병원이 92년 10월 젊은 여성에게 돼지의 간을 처음 이식한 후 더욱 심해졌다. 이 환자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자신의 간을 돼지의 간으로 대체한지 수시간만에 숨졌다. 비비의 간도 몇차례 수술에 이용됐으나 실패했다. UCLA의 데이비스 메디컬센터는 대형 제약회사와 손잡고 돼지의 간을 사람의 조직에 맞게 유전공학적으로 개조, 이식하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간암은 아시아인들의 가장 큰 사망원인중 하나이며 간염퇴치 전사들이 정복해야 할 가장 가파른 산이기도 하다. 그들이 직면한 절박한 과제는 항바이러스 약물을 이용, 간염이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한박사는 간경변에 걸린 환자들이 종양을 조기발견하려면 정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어렸을 때 감염된 아시아계 환자나 간경변으로 진행된 위험그룹은 더욱 철저한 감시가 요구된다. 그는 『앞으로 수년내에 간염이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새로운 항바이러스 약물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위있는 암 전문지에 발표된 논문에선 보다 현실적인 치료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외과적 절제술은 대부분의 악성종양, 특히 크기가 5㎝미만인 종양에는 효과가 뛰어난 유일한 치료법이다. 외과적 수술의 위험이 크거나 절제가 어려운 종양이 있는 환자에겐 화학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간암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려면 현재로선 B형과 C형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한박사는 『현재 두 가지의 매우 효과적인 B형간염 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비감염자들에게 면역성을 부여하면 간암환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씨는 누구…
이경원씨는 만성 B형간염에 시달리다 92년 간이식수술까지 받았으나 재발해 여러 차례 사선을 넘어야 했다. 병을 고치려고 내로라는 명의를 수없이 만난 끝에 지금은 정상을 회복했고 그 과정에서 의사가 다 되었다. 고려대 영문과에 재학중이던 50년 미국에 건너간 그는 새크라멘토 유니온지 기자,한국일보 미주본사 영문국장등을 역임했으며,살인누명을 쓴 재미동포 이철수씨 사건을 특종보도해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엔 버지니아주 뉴스역사박물관이 선정한 「언론역사상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인 500명」에 포함됐다. 미국여성과 결혼한 그는 3남매를 두고 있다.
▲1928년 경기 개성출생 ▲46년 개성 송도중 졸·고려대 영문과 입학 ▲50년 미국유학 ▲73년 이철수사건 보도 ▲90년 영자판 주간지 「The Korea Times」창간<고재학 기자>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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