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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엔 ‘커닝’ 독초 잘라내자/한영성(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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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엔 ‘커닝’ 독초 잘라내자/한영성(발언대)

입력
1998.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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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되었다. 그러나 걱정되는 일이 있다. 커닝이라는 부정행위이다. 많은 사람들이 심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누구 한사람 문제 삼으려 하지 않는다.그러나 커닝은 무엇보다 학생 자신을 망가뜨린다. 사람은 선이나 악을 행할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얼굴이 달아오른다. 이는 호르몬이 빚어내는 신비한 생리현상이다. 인간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마음속의 나침반인 셈이다. 선을 행할때는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생기를 안겨주는데 반해 악을 행할때는 고약한 호르몬이 나와 여러가지 해독을 끼친다. 그런데 고약한 냄새도 계속 맡으면 무디어지듯이 나쁜 쪽의 호르몬도 되풀이 분비되면 죄의식은 둔해지고 심신은 황폐화 된다.

다음은 바르게 살려는 다수에게 박탈감을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비커닝자의 입장에서 보면 직접제지도 어렵고 그렇다고 고자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거기다 죽어라고 노력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셋째 비록 처음에는 장난기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사회에 나가서는 행여 소를 몰고가는 큰 도둑이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다 쓰러져가는 가문이라도 집안이 제대로 되려면 선대와는 다른 후손이 나와 줘야 한다. 나라일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록 기성의 물은 더러워도 아랫물은 맑아야 한다. 배운다는 것 깨친다는 것이 무엇인가. 공공의 윤리규범을 찾아 사회적 혼란을 치유하자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으로 알고 있다.

율곡선생이 10만양병론을 역설하다가 태평성대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는 죄목으로 내몰려 낙향하면서 『사방은 멀리 구름으로 캄캄하기만 하다』고 장탄식을 했는데 오늘의 이 지경을 두고 어떤 불호령을 내릴지 두렵기만 하다.

젊은 양심, 때묻지않은 지성이 떨쳐나서야 이 사회가 바로 서게 된다고 본다. 주변부터 정화해나가자. 커닝이라는 독초를 과단성 있게 잘라버리자. 후련해지지 않겠는가. 그제서야 잠들었던 듬직한 자존심이 제 모습을 갖출 것이다. 더 미룰 시간이 없다.<전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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