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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할 북풍 합작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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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할 북풍 합작설(사설)

입력
1998.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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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권력자들이 북한을 매수하여 대통령선거나 총선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는 가상은 아마도 소설이나 영화속에서 한번 그려볼 만한 일이다. 일반의 상식으로는 그 「가상」의 성사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가상이 점차 현실로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를 더욱 경악케 하는 것은 북한을 지난 대선 등에 끌어들인 이른바 「북풍 공작」의 실체가 바로 안기부였다는 사실이다.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선을 비롯 한국의 정권변동기때 안기부측이 북한고위인사들의 협력으로 「북풍」을 만들어 왔다는 내용이 담긴 「대북 커넥션」 극비문건이 사정당국에 입수됐다고 한다. 정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 중대변수가 될 것이 자명하다. 안기부의 북풍수사초점이 이미 확보된 대북커넥션의 진위여부에 맞춰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기부가 명확한 진상파악을 위해 당초 이번 주초로 예정했던 자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늦추었다고 하니 우리는 그 결과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만약 국가의 중추적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를 제쳐두고 북한과 내통하여 특정인 혹은 특정세력 하수인노릇을 했다면 이는 매국적 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특히 통치권자를 선출하는 대선에서 특정인의 당선을 위해, 혹은 낙선을 위해 공작을 벌였다면 용서받기 어렵다. 국가적 장래를 위해서도 그 전모를 낱낱이 밝혀 관련자를 엄중문책해야 한다.

사정기관이 확보한 문건 가운데는 지난대선때 북한의 고위층을 거액의 달러로 매수해 「북풍」을 만든 구체적인 공작전모가 담겨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난 대선무렵에 있었던 석연찮은 북한의 몇몇 움직임을 기억하고 있다. 월북한 오익제가 느닷없이 김대중 후보에게 편지를 보내온 일과 김병식 사민당위원장이 몇몇 인사에게 「한정적으로」 편지를 보내온 일 등이다.

또 최근 북한이 해명한바 있는 92년 총선때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일도 바로 대북커넥션 존재 심증을 더해 주는 사례다. 남북문제를 우리의 대선이나 총선등에 끌어들인 북풍공작은 민족의 장래를 위해 극히 불행한 일이다. 당국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서 이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릴 의무가 있다.

지금 제네바에서는 4자회담 2차회의가 열리고 있다. 새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 열리는 이번 회담에 남북양측이 거는 기대가 크다. 기대했던 만큼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상호신뢰의 토대마련이 급선무다. 「북풍」같은 비열한 정치공작이 있었다면 양측이 이를 발본해 자성의 계기로 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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