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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시대의 정치/이종구 편집국 국차장(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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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시대의 정치/이종구 편집국 국차장(광화문)

입력
1998.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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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시대이다. 줄여서 에프 시대라고도 한다. 에프시대의 신문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게 뭘까. 주가 금리 환율을 그래픽으로 나타낸 시황지표이다. 하루 기분은 이 그래픽 시황지표에 달려있다. 주가 오르고, 금리 내리고, 환율 내리면 기분좋고, 그 반대면 기분은 나빠진다. 작년 이맘때 1달러에 800원대였던 우리 돈 원화는 1,500원대에 머물러 있다 모처럼 1,400원대로 빠졌다. 그로인해 1만달러 국민소득이 몇개월 사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야말로 속이 뒤집히는 일이다.허기졌던 어린시절, 어쩌다 어른들이 쥐어준 눈깔사탕 한두개에 즐거워 하다가, 어른이 된뒤엔 밤낮없이 일만해온 중장년 세대의 사람들. 눈깔사탕의 추억을 곱씹으며 성취감에 푹 빠져있어야 할 그들이 어처구니 없게도 허탈감에 빠져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이게 꿈인가…』고 허탈해 한다. 이 허탈은 누구의 탓인가. 제 탓이다. YS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의 탓이다.

실패한 정권의 뒤에는 실패한 국민이 있기 마련이다. 문민정권이 그렇게 무능했던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의 탓이다. 문민정권 초기 YS의 여론지지도는 90%를 넘었다. YS는 겸허함을 잊었다. 요란하게 개혁사정을 벌여 나갔다.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엉뚱한데 에너지를 소비했다. 역사란 모름지기 자빠진것도 아니고, 그저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사연」일 뿐인데…

그사이 경제는 죽을 쑤었다. 빚더미에 쌓여 경제는 숨을 헐떡이고, 나라의 창고는 비어갔다. 요란하던 신한국 신경제의 뒤끝은 우스꽝스럽게도 IMF 구제금융이었다. 5년전 청와대에서 YS가 홍인길총무수석에게 임명장을 주는 모습이 지금도 선연하게 기억난다. 임명장 수여의 엄정함은 간데없고, 주는 대통령이나 받는 사람이 마치 장난을 치듯 웃던 모습, 집안잔치를 보는듯 했다. 국민들은 그것도 예쁘게 봐줬다. 홍인길씨의 「오늘」은 그때 예고돼 있었다.

잘못된 정치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 나라의 부를 거덜낼 수 있고, 수많은 사람의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게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보다 더많은 그들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끔찍한 절망감을 안겨 주게도 한다. YS는 그걸 똑똑히 입증했다. 국민들은 이쯤에서 깨달았을 것이다. 정권에 박수만 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런데 오늘 국민들은 정치를 똑바로 쳐다보기도 전에 또 박수만 쳐댈 태세이다.

에프시대에는 정치지도자의 정치행위,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 정치행위에 대해 비상하게 경계해야 하고 평가에 엄정해야 한다. 어떤 선거에서건 국민이 벼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김종필씨가 과연 총리인준을 받아야 마땅한 것인지, 야당이 총리자리 등기냈는냐며 공연스레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양자보건부장관이 그 자리를 지킬만큼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건지, 정권초기부터 사정기관이 지나치게 알아서 기어 권력자의 총기를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쓰잘데없이 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엄정하게 살펴야 한다. 전리품 챙기듯이 주변인사들에게 공직을 나눠주는지, 대선전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도 살펴야 한다. YS정권때의 사람들은 뭐누러 갈때하고 나올때 다르다는 식으로 천연덕스럽게 다른 행동을 했다. 이런 비상한 경계는 두번다시 실패한 국민이 되지않기 위해서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DJ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까. 현재까지는 국정현안에 대해 낮은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요란했던 YS와는 그 접근방법이 다르다. 공부를 한다는 것도 다르다. 적어도 기자회견장에서 동문서답은 하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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