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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위상 날개없는 추락/윤석민 뉴욕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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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위상 날개없는 추락/윤석민 뉴욕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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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백 투 77그룹(77그룹에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유엔의 브라질 대사는 최근 만찬에서 박수길 유엔 주재대사를 만나자 이같이 인사했다. 물론 농담인 줄은 알았지만 영 뒷맛이 씁쓸했다고 박대사는 전했다. 77그룹은 중진·개발도상국가군을 일컫는다.

세계은행 산하기관인 국제금융공사(IFC)는 지금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에게 필요한 각종 지표를 제공하는 IFC는 국가의 부 순위를 단순히 1인당 국민총생산으로 매겼는데 아시아 화폐의 터무니 없는 하락으로 뒤죽박죽이 된 때문이다. 특히 원화의 대달러화 가치가 2분의 1로 폭락한 한국의 경우 9,700달러라는 현재의 수준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IFC의 피터 월 국제담당이사는 밝혔다. 그가 예측한 한국의 소득 수준은 많게는 6,000달러정도,아예 절반으로 확 깎아야 타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우리는 중상급에도 못끼는 중류국가이다. 한때 위세를 세우며 입성했던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는 너무 짧은 만남이었다.

국가 위상의 하락은 주변에서도 쉽게 감지된다. 요즘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공항입국대에서 한국인의 경우 『소지한 돈이 있느냐』고 묻는 일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돈을 적게 보이면 『그러면 그렇지』라는 표정이고 돈이 좀 있으면 의심을 깔고 질문을 해댄다고 한다. 아예 「거지나라의 국민」 취급을 받고 있다고 이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사를 고려하고 있는 한 주재원은 집주인이 자진해서 집세를 내려주겠다고 제의해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를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딱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한다』고 토를 달았는데 깎아준 집세도 부담스러워 이래저래 이사해야 할 처지라고 그는 밝혔다. 『불과 6개월전 입주할때만 해도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그에게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가 쌓아올린 탑이 신기루였는지,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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