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책임도 무풍지대… 면피론만 무성「한국은행의 개혁없이는 경제개혁도 없다. 경제개혁의 시작과 마지막은 한은개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개혁의 화두가 바뀌고 있다.
중앙은행인 한은을 보는 시각은 모질도록 냉정하다.『외환위기를 방지하지못한 것은 그렇다쳐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와 새 정부가 출범해 각종 개혁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한은이 과연 뭘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책 아이디어 하나 제대로 내놓은 것없는 중앙은행의 존재이유를 모르겠다』 한은 고위간부가 고백하는 「중앙은행 자화상」이 이럴진데 외부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폴 사무엘슨 박사가 『불, 수레바퀴와 함께 인류역사상 3대 발명품』이라고 간파했던 중앙은행이 중병에 걸려있다. 권한이 없어 책임도 없다는 면피주의, 정부에 맞설수 있겠느냐는 패배주의, 관료보다도 더한 관료주의, 시대흐름을 못느끼는 불감증…. 오랜 관치시대속에 싹튼 이 병폐들은 시대가 변해도 한은의 집단정서속에 묻혀 고질병이 되어버렸다는게 일반적 지적이다.
환란의 책임에도 한은은 무풍지대이다. 오로지 물러난 전직총재 한 사람으로 족하다는 분위기이다. 외환위기의 정책실패론에도 한은내에선 『올바른 정책을 펼 권한조차 없었다』『사전경고를 했지만 재경원이 듣지 않았다』는 「면피론」만이 무성할 뿐이다.
중앙은행은 정치논리가 지배하는 정부안에서 반론을 제기할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자리를 걸고서라도 정부에 대들지 못하는 중앙은행은 더이상 중앙은행이 아니다. 한은이 「관치원죄론」만 내세운다면 자기부정일 뿐이다.
한은은 「반관반민」의 이중적 잣대를 자신들에게 아주 편리하게 적용한다. 높은 급여, 낭비적 후생문제가 나오면 『우리를 공무원과 비교하지 말라』고 말한다. 중앙은행 직원으로서 「은행원」호칭은 싫어하면서도 근무시간은 일반은행처럼 상오 9시30분 출근에 하오 5시30분 퇴근 체제를 택하고 있다. 일반은행들의 생산성은 질타하면서도 스스로의 시간당 생산성은 얼마인지 잣대도 조사도 없다. 개발연대에 만들었던 지방지점제도와 해외사무소가 아직도 그대로다. 재경부 관리들의 「낙하산인사」는 비난해도 은행주총때면 한은간부중 몇사람이 시중은행 임원으로 나갔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한은의 낙하산인사에 대해선 노조도 문제삼지 않는다.
중앙은행은 권위의 상징이다. 하지만 여태껏 한은의 권위는 올바른 통화관리와 경제예측능력아닌 강제력, 즉 은행감독원의 검사감독권에서 나왔다. 은감원 분리후 감독권없는 한은이 과연 그 권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극히 비관적이란 지적이다. 한 금융계 인사는 『한은은 지금까지 「약자」로서 보호받아왔지만 새 환경하에서도 약자의 타성을 깨지 못하고 있다. 외부에만 쏟았던 비판의 시각을 자신에게 돌려야한다』고 충고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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