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좋은것 수출/남의 좋은것 수용20세기가 끝나가면서 세계 각국에서 부르짖기 시작한 말이 「세계화」 「국제화」이다. 몇년전 한국에도 이 말이 등장,모든 이들이 밤낮으로 취해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말처럼 양면적인 말도 없다. 「남의 것 중에서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내것 중에서 좋은 것은 남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이지만 어디 현실이 그런가. 힘이 센 나라일수록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지만,자기 것을 남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에는 아주 적극적이다.
세계화의 가장 좋은 예는 음식이다. 한국은 음식에 관한한 굳이 세계화를 외치지 않아도 된다. 수많은 나라의 전문 음식점이 성업중이고 고객이 한국인이니 이보다 더 완벽한 세계화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외국에 있는 한국음식점을 가보라. 주고객은 한국인뿐이다. 일본 음식점도 상대국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성업중인데 맛만 따져보면 훨씬 더 인기가 있어야할 한국음식은 오로지 단군의 자손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경험으로 나는 한국음식의 세계화가 충분히 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대한항공을 통해 미국을 다녀올 때이다. 식사 차림표를 보고 비빔밥을 청했으나 사실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었다. 음식점에 가면 맛있기는 하지만 너무 매워서 괴로웠는데 또 그러면 어떻게하나 걱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낯익은 야채에 쇠고기 볶은것,압력솥밥,미역국이 나오니 휼륭한 요리상이었다. 참기름과 고추장은 플라스틱 튜브에 넣어 따로 주니 문제가 없었다. 전주 비빔밥도 그처럼 깨끗하고 맛있게는 못하리라. 세계화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영어 회화 몇마디하고 세계 유행에 따라 옷을 입고,머리를 물들이는 외적인 것보다는 그들의 정신세계를 먼저 이해할 줄 알고,한국의 좋은 것을 외국인의 구미에 맞추어 「수출」하는 것이 21세기를 대비하는 자세가 아닐까.<한국외대 교수·페루인>한국외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