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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만 낀 여당/이영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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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만 낀 여당/이영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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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내건 슬로건은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정파에 따라 다소 평가의 편차가 있었지만 김대통령은 당선후 취임때까지 두달여 동안 외환위기 극복, 정권인수작업 등을 무난히 해냈다는 게 중론이다.그러나 김대통령과 달리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준비된 여당」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혹평하면, 두 여당은 위기의 정국을 돌파하고 국난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나 결의를 별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대선승리의 흥취에 빠져있는 듯 분위기가 느슨해져 있다.

우선 주인의식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가장 눈에 띈다. 대치정국이 풀렸다지만 여전히 각종 이슈들이 불거져 나오는데도 이를 국민에 설득하려 애쓰는 당직자는 거의 없다.

여당의 「맏형」격인 국민회의만 하더라도, 당직자들은 대변인의 성명에만 맡기고 대부분 팔짱만 끼고 있다. 여야 대치가 첨예할 때도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총무 등 극소수만의 몫으로 치부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국민회의가 아직도 「DJ가 다 해주겠지」라는 야당시절의 사고에 젖어있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대신 당직자들은 민원인 접견에 분주하다. 정확히 말하면, 정신없을 정도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당사의 핵심 당직자들 방을 비롯, 주요의원들의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지방선거 공천희망자, 인사청탁이나 이권 로비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기자들이 정국현안에 대한 코멘트 하나 받으려면 『바빠서 곤란한데…』라는 비서진의 난색에 가로막혀야 한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불과 3∼4년전 YS 정권의 실세들이 청탁자들의 조아림에 도취해 있던 상황이 떠오른다. YS 정권의 오만이 국난으로 이어진 지금, 여당은 「도전하던 야당시절」을 상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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