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단절 10년… 작품으로 보답하렵니다”/마중 문인·자녀와 감격의 해후/“80년 광주후 긴 여행 끝난 느낌”/고은씨가 지어준 호 「귀석」 흡족『80년 광주항쟁이후 18년간의 긴 여행이 이제 끝났다는 느낌입니다』
수감된지 4년11개월여만에 13일 공주교도소에서 석방된 「장길산」의 작가 황석영(55)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89년이후 4년여는 해외생활, 또 5년여는 감옥생활로 10년이나 한국사회와 단절돼 있었지만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하오 2시 정각 장인인 조각가 김영중(72)씨와 함께 교도소를 나선 그는 흰 머리가 늘었지만 회색 싱글에 자줏빛 넥타이차림의 건강한 모습이었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교도관들과 악수를 나눈 그는 아들 호준(26·중앙대 한국음악 4) 딸 여정(24·학원 강사)씨와 감격의 포옹을 했다. 기다리던 문인들에게 『어, 너 많이 늙었구나』하고 여유있는 농담을 건넸지만 자녀들을 보고는 잠깐 눈물을 글썽였다.
시인 고은 이시영씨 등이 한 입 가득 넣어주는 두부를 받아 먹은뒤 황씨는 출옥 일성으로 양심수들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다. 그는 『양심수 2백여명의 절반도 안되는 70여명만 이번에 석방됐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서울에서 와 기다렸거나 이날 상오 전세버스 편으로 온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문인 30여명은 축하인사를 건네며 황씨를 헹가래쳤다. 황씨는 89년의 방북활동에 대한 질문에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면서도 『새 정부가 남북문제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대답했다.
30여분간의 비공식 환영행사를 마친 뒤 황씨는 장인의 승용차편으로 서울로 갔다. 그는 당분간 서대문구 연희동 처가에서 생활하며 일단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을 계획이다. 고은씨가 지어준 「귀석」이라는 호가 마음에 든다는 그는 강원도나 충청도에 자리잡고 창작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지만 특유의 너스레는 여전했다. 그는 작가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나가면 나 자신부터 분위기를 일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옥중에서 보니 한국문학은 젊은 것, 늙은 것 할 것 없이 개판치고 있더라. 오히려 요즘같은 분위기가 좋은 문학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공주=하종오 기자>공주=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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