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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의원 ‘스톱’ 의정/유성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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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의원 ‘스톱’ 의정/유성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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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3일 소속의원들의 고스톱 파문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당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으며,진상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것이 그 요지다. 의원들의 도박행위가 처음 보도된 12일만 해도 사태를 어물쩍 미봉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한나라당이 들끓는 비난 여론에 일단은 무릎을 꿇은 셈이다.그럼에도 불구,당내 기류를 살펴보면 한나라당이 과연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를 달랠 수 있을 만한 조치를 취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여전히 지우기 어렵다. 이날 대국민 사과를 결정한 당직자회의에서는 『사과를 하면 오히려 파문이 확산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고 한다.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줄텐데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사소한 문제가 침소봉대되고 있다』는 시각이 깔려 있고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의 속내도 마찬가지다. 의원들은 『무슨 새삼스런 일이라고 이렇게 호들갑을 떠느냐. 여야를 막론하고 고스톱을 치지 않는 의원들이 어디있느냐』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일각에는 당이 추경예산안 분리 처리 방침을 천명하면서 국면전환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시점에 악재가 터져나온 배경을 의심하는 눈초리마저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진상파악과 관련자 문책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누가 고스톱판을 벌였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국회 주변에서 관련자들의 이름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상태다. 이런 마당에 한나라당이 당장의 피해를 모면하기 위해 엄정한 처리를 주저한다면 국민의 극단적 불신을 사 더 큰 화를 초래할 것이다.

당 지도부는 신문사 데스크에 하루 수십통씩 빗발치고 있는 울분에 찬 민초들의 목소리를 보다 겸허한 자세로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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