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쿄(동경)의 날씨는 거의 매일 「흐림 때때로 비」다. 날씨야 조금 지나면 화창하게 바뀌어 화려한 벚꽃을 피우겠지만 경제 기상도는 늘 「흐림」이고 좀체 「갬」으로 바뀔 기미가 아니다.대장성이 11일 발표한 97년 10∼12월기의 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산업전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감소로 돌아섰다. 「바닥 경기」라던 58년 4∼6월기의 4.7% 감소에 이은 사상 두번째 기록이다.
또 경기를 「상승」으로 보는 기업 비율에서 「하강」으로 보는 기업 비율을 뺀 「경기판단 지수」는 1∼3월기 ―25.6을 나타내 83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의 집계에 따르면 올 민간설비투자 는 전년 대비 전산업 4.6%, 제조업 7.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아직까지 수출이 유일하게 일본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1월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3조 8,537억엔에 달해 무역흑자가 3,815억엔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로 한국 등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은 9.4%나 감소했고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 증가도 커다란 반발에 부닥칠 전망이어서 낙관하기 어렵다.
기업의 실적과는 무관한 「립 서비스」 주가도 불안하다.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정권은 3월말 1만7,000엔대 유지에 사활을 걸다시피 해 수시로 경기부양책 등을 흘려 억지로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런 「립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함께 커지고 있다.
일본 경제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특별한 호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심각한 문제다. 대형감세와 공공투자 확대로 소비를 자극하는 방안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그 또한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2조엔 감세」의 혜택으로 2월 몇만엔씩을 되돌려 받았지만 가계의 위축된 소비심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소비성향은 지난해 12월 사상최저치인 69%를 기록했다. 1, 2월에는 더욱 내려가 68%대도 위태롭다는 잠정집계가 나오고 있다. 불황에 대비해 지출을 최소로 줄이려는 「생활 방어」 경향이 이미 뚜렷하다.
경제위기의 한가운데서 벌써 긴장을 풀고 있는 우리 모습과 대조되는 부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경제 위기의 유일한 해소책이 소비 확대이고, 그에 따른 대일 수출증가가 한국경제 위기 해소의 큰 변수라는 점에서는 답답하고도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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