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재벌은 한건도 없어/중견기업 ‘잰걸음’과 비교/해외자산 매각·합병 등 자금난 덜기 고육책 불과/경제회생 악영향 우려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주요재벌들의 구조조정은 극히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IMF 체제에 따른 경제개혁이 대기업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주요재벌들의 구조조정 지연은 IMF 체제 탈출과 경제회생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10대 재벌은 요지부동
12일 증권거래소가 지난해 11월20일 이후 11일까지 3개월여동안 776개 상장기업의 구조조정 관련 공시를 분석한 결과 총 78건이 구조조정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50건) 보다 78%가 늘어난 것으로,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불요불급한 부문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는 기업들의 개혁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기간중 10대 재벌 상장계열사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담긴 공시는 10건에 불과해 주요 재벌들이 오히려 구조조정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체상장기업중 구조조정을 공시하고 시행한 업체는 10%. 그러나 10대 재벌 상장계열사(102개)의 구조조정 공시 비중은 7.8%에 그쳐 절대비교에서도 10대 재벌들은 구조조정에서 뒤처지고 있다. 특히 10대 재벌 상장계열사의 자산(208조원)이 전체상장사 자산의 33.9%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재벌계열사들은 지나칠 정도로 구조조정에 소홀한 셈이다.
◆고정자산처분, 영업양도는 한 건도 없어
재벌계열사들은 구조조정 「각론」에서도 낙제점이다. 10대 재벌중 상장계열사의 구조조정을 공시한 곳은 현대 삼성 SK 쌍용 한진 기아 한화 등 7개 재벌. 나머지는 상장계열사의 구조조조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부문별로는 전체 상장사에서 21건의 고정자산처분이 공시됐으나 10대 재벌은 한건도 없었다. 영업양도·합병도 상장사 전체로는 17건이 이루어졌으나 10대 재벌은 전무하다. 또 자산을 외국에 매각한 경우는 총 24건으로 전년동기보다 20건이나 늘어난 데 반해 10대 재벌은 2건에 불과했고, 출자지분 처분도 3건(상장사 전체 48건)에 그쳤다.
◆제2의 경제파탄 우려
재벌 계열상장사들의 구조조정의 속내를 들여다 보아도 현대전자의 미국 심비오스사 매각 정도가 눈에 띌 뿐, 현대종금의 강원은행합병을 필두로 내부거래 성격이 짙거나 자금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 대다수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구조조정에서는 오히려 중견·중소기업들이 모범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처럼 거북이 걸음을 계속할 경우 제2의 경제파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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