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급매물 홍수에 동시분양 곳곳 미달사태/기름값·세금에 차도 포기/카드빚 연체 5배 급증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중산층이 수난을 겪고있다. 봉급생활자들은 감급·실직으로, 자영업자들은 급격한 수입감소로 소득이 크게 줄고 있다. 반면에 고물가·고세금·고금리 등 삼중고로 지출은 크게 늘어 「마이 홈·마이 카·마이 카드」(My Home My Car My Card:내 집, 내 차, 신용카드(가계수표))로 대별되는 중산층의 생활양식이 무너지고 있다. 반면 금융자산이 있는 부유층과 중상위층은 고금리로 금융소득이 크게 늘어 계층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매물 러시속 집값 폭락:서울지역 아파트가격이 지난달부터 한달새 적게는 1천만∼2천만원, 많게는 5천만∼1억원씩 떨어졌지만 급매물들은 계속 쌓이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목동등 대단위 중산층 아파트단지의 부동산 중개소마다 40∼50건의 매물들이 나와 있으나 매기는 끊긴 상태다.
갑작스런 실직과 소득감소, 자영업의 부도등으로 재산목록 1호인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부동산전문지인 부동산뱅크 관계자는 『한달전만해도 급매물을 위주로 가격하락세가 나타났으나 이제 대부분 매물로 확산되고 있다』며 『주택대출을 끼고 내 집을 마련했던 중산층들이 고금리를 견디다못해 내 집마련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9일 마감된 서울지역 2차 아파트 동시분양에서도 1천3백5가구 공급에 1백37명만이 청약, 전례없는 전량미달사태를 빚었는가하면 1월에 분양된 수도권 아파트도 계약률이 50% 미만에 그치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마이카」시대의 정체:중산층의 필수인 「마이카」도 정체내지 퇴조기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중산층의 붕괴조짐은 급격한 자동차의 내수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만해도 월9만4천대수준이던 승용차 내수판매가 지난 2월엔 3만5천대로 3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 이와함께 서울 장안평 중고차시장엔 거의 반값에 내놓은 중고차 매물들이 쌓여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차주들이 다시 찾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카드·가계수표 부도급증: 중산층의 지출수단으로 자리잡아왔던 신용카드의 연체율도 급증하고 있으며 카드대출로 카드빚을 갚는 「잠재파산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카드 연체액이 은행별로 1백억∼2백억원씩 늘어 연체액 증가율이 최고 5배에 이르고 있다. 자영업자의 주요 결제수단인 가계수표 부도율도 지난해 11월 2.0%였던 것이 12월 3.72%, 올 1월 4.57%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월중 가계수표 부도액만도 1천30억원이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빗나간 정책은 중산층의 고통을 더욱 키우고 있다. 종합과세를 유보하고 이자소득세를 15%에서 20%로 일률적으로 인상, 부유층의 세부담은 감소한 반면 중산층 이하의 상대적 부담은 늘었다. 더욱이 무기명장기채 도입으로 부유층에게는 증여·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또 감급·실직에 시달리는 봉급생활자들에 대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가입 7년차 57%) 부담까지 안겨주기도 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대책을 세우자/「부유층엔 되레 세혜택·중산층엔 중과」 바로 잡아야
「IMF한파」로 중산층이 집중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자산과 소득이 동시에 급감하는 「쌍둥이 디플레이션」때문. 감급·실직·수익 감소로 소득이 줄어든데다 장기간 소득을 누적투자했던 주택의 가격까지 급락, 이중손실을 입고 있다. 대부분 중산층이 은행빚까지 안아가며 평균 7∼10여년동안의 소득을 「내 집 마련」에 쏟아왔고 이는 「뛰는 집값」을 따라잡기위해 어쩔 수 없는 자산운용방식이었다. 반면 금융자산이 많은 중상위층이나 부유층은 금리상승으로 이자소득이 크게 늘어 자산디플레, 물가·세금 상승에 따른 손해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오히려 소득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한국적 중산층을 대표하는 봉급생활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국민연금을 대폭 올려 공적 부담마저 가중시켰다. 반면 무기명장기채를 도입, 부유층에겐 증여·상속세를 회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고 금융소득 4천만원이상인 사람에게 최고 40%를 과세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유보하고 이자소득세를 일률적으로 15%에서 20%로 인상했다. 세제상으로도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한 셈이다.
중산층의 붕괴는 고금리 혜택을 입고 있는 부유층과 중상위층과의 계층격차를 더욱 벌려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특히 중산층을 기반으로 하는 주택·자동차업계에서만도 올해 20만명이상의 실업자 양산과 3조원이상의 세수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자동차공업협회의 김소림 조사부장은 『자동차업체 가동률이 2월말 45% 수준으로 사상최악이며 이같은 상황이 올해 지속될 경우 자동차산업과 관련분야에서 11만명의 고용감소와 2조5천억원가량의 세수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유한수 소장은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실업수당등 소극적인 방식보다 일자리 창출과 수요 진작등 적극적인 방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중소기업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세금구조도 고소득층과 지하경제에서 세금을 더 거두고 중산층엔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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