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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행 정리 앞당겨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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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행 정리 앞당겨야(사설)

입력
1998.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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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 나면 오히려 보를 터뜨려야 살아날 수 있다. 작은 물꼬 트기에 연연하다가는 한꺼번에 둑이 무너져 온 마을이 떠내려갈 지 모른다.12일은 IMF국치를 맞은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100일동안 밀어닥친 탁류의 수위는 여전히 낮아지지 않고 목에 차 넘실대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 재벌, 은행은 IMF를 잊은듯 긴장을 늦추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김대중 대통령은 11일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부실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의 퇴출을 서둘러 개혁의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면 위기의 핵심을 찌른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IMF상황을 맞게 된 근본 원인이 대기업의 지나친 금융차입과 이를 방조한 부실금융 때문임은 재론이 필요없다.

지난해말 이후 중소기업은 하루 수백개씩 쓰러진 반면 재벌들은 수천억원의 은행돈을 끌어쓰며 건재하고 있다. 「협조융자」라는 모르핀을 재벌과 은행이 나눠맞으며 함께 썩어가는 양상이다.

지난 100일동안 재벌은 어떤 노력을 했나. 민간기업의 해외 현지금융중 70%이상을 끌어써 환란의 주범격인 상위 5대재벌은 마냥 버티고 있다. 11일 재계 17위인 효성그룹이 20개 계열사중 16개를 정리하는 자구노력을 발표한 것은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결단이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6개 일반은행중 18개가 적자를 냈고 국제기준상 흑자인 곳은 2곳 뿐이다. 그러나 경영책임자인 은행장들은 대부분 자리에 눌러앉아 재벌에 충실히 협조하고 있다.

최근 외신은 한국정부가 계속된 망설임 때문에 건실한 기업에 돌아가야 할 자원을 쓰러져가는 기업들이 탕진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야당과 재벌의 집단반발에 직면, 경제개혁이 수렁에 빠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국민들은 갖은 사연이 얽힌 금붙이를 흔쾌히 녹여 팔았다. 노조는 「정리해고」의 독배도 감수키로 결정했다. 근로자와 중소기업은 실업·부도·물가대란에 휘말려 넋이 나가는 고통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정부는 수술칼을 들어야 한다. 하루빨리 재벌과 은행의 부실 고름을 짜내고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경제전체가 회복 불가능한 사태가 올 수 있다. 겉으론 시장 원리를 내세워 개혁에 반발하면서 속으론 협조융자에 안존하는 재벌의 모순된 행태를 더이상 용납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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