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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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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대학교정을 「캠퍼스」(Campus)라 한다. 요즘엔 대학교정하면 금방 이 말이 떠오르지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대학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던 말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등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원래 경지나 들판을 의미하는 이 말이 대학교정을 뜻하게 된 것은 미국적 상황 때문이다. ◆중세 유럽의 대학들은 대개 교통이 편리한 성안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미국의 대학은 원래 성이란 존재와는 인연이 없었다. 대부분 땅덩어리가 넓다는 환경을 활용해 도시를 벗어나 교외에 널찍한 학교부지를 마련하고 이를 캠퍼스라 부른 것이 그 시작이라고 전한다. ◆중세 유럽의 대학들은 배움에 굶주린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시설보다 좋은 가르침을 널리 선전했다. 이 때 모여든 학생들과 교사를 묶어 집단이란 뜻의 「우니베르시타스」(Universitas)라 불렀는데 이것이 「유니버시티」(University)의 어원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들 대학들은 재산가등으로 부터 「콜레기움」(Collegium)이란 기숙사를 기증받아 밀려드는 학생을 수용하는등 어렵게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가르침에서 보람을 찾았다. 이에 비해 우리 대학들은 미국과 환경이 다른데도 교육의 질보다는 널찍한 캠퍼스를 갖는데 힘을 기울여왔다. ◆이때문에 10여개 대학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치 대학교육의 본질이 학교규모에 있는 것처럼 제2 캠퍼스를 만들거나 경쟁적으로 의대를 신설했다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넓은 캠퍼스보다 좋은 가르침을 자랑해야 한다는 교훈을 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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