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지방 소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살인사건에 대한 공판이 전국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피고인 폴 뷰셰이(41)는 5년전인 93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취업전선을 전전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슈퍼마켓에서 쓰는 현금출납기 판매회사에서 지방주재 기술직 사원을 찾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필사적으로 뛰었다. 일자리도 마음에 꼭 들었고 회사측에서도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 같았다.
직장에서 해고돼 반년이 넘도록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던 그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고 놓쳐서도 안되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거의 다 된 것 같았던 취직이 뒤늦게 나타난 강력한 경합자의 막판 뒤집기로 무산되고 말았다.
뷰셰이는 마지막 수단을 강구해 보았다. 자신을 밀어내고 자리를 따 낸 「행운아」에게 몇차례 절실한 사정을 호소해 보았으나 거절당하자 그를 교외의 공사장으로 은밀히 불러내 협상을 시도했다. 어린 세자녀와 아내를 거느리고 있는 형편으로 이번 일자리만은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며 5만프랑을 현찰로 줄테니 일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제의했다.
상대방은 조롱까지 얹어 이 제의를 차갑게 거절했고 두사람간에 싸움이 벌어졌다. 뷰셰이는 공사현장에 놓여 있던 예리한 흉기로 수십차례 상대를 찔렀다.
그는 현장의 증거들을 은폐한 후 다른 도시로 이주해 컴퓨터와 관련된 개인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은 꽤나 잘 돼 평생에서 가장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갔다.
그러나 범행 4년이 지난 97년 그의 운명은 뒤바뀌었다. 형사들이 사업장에 들이닥쳐 그에게 쇠고랑을 채웠다. 미궁속의 살인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경찰이 끝내 수수께끼를 풀어낸 것이다.
조사결과 뷰셰이는 전과는 없으나 직장에서 해고를 여러번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장운송회사 철근판매회사 외판원 등 직장을 계속 옮겨 다녔는데 그때마다 오래 일하지 못하고 해고를 당했다. 고용주들이 주장하는 해고 사유는 그가 너무 덜렁대는 성격이며 생산성이 좋지 못하고 옷가짐도 단정치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에게 살인죄를 적용, 30년 징역을 구형했다.
매스컴은 실업률이 12.5%에 달하는 사상 최악의 실업대란 속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실업 살인」을 또 하나의 현대적 비극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뷰셰이가 자신이 갈망하던 「화이트컬러 샐러리맨」에 번번히 실패하다가 범행 후 자영업으로 돌아 성공했던 것도 화제의 한 대목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