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세력의 한 축인 자민련이 참으로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민련은 11일 김종필 총리서리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 당무회의와 의총을 잇달아 열어 「추경예산안 분리처리 불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국가위기상황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추경예산안 처리는 하루가 급하다는게 여권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런데 자민련은 한나라당마저 분리처리를 양보한 마당에 고집을 부리고 있다. 곤혹스러워진 것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인 국민회의만이 아니다. 자민련의 「정치행위」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나를 생각해 주는 것은 감사하나 총리서리로서의 국정수행을 위해 추경예산안을 먼저 처리해 달라』고 당부한 김총리서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론을 거스르는 결정을 한 자민련의 논리는 지나치리 만치 간단하다. 추경예산안의 고리를 풀어 주면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가 기약없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당의 정치적 중심인 김총리서리의 옹호를 위해 추경예산안을 「볼모」로 잡겠다는 얘기다. 여권이 비난해 온 한나라당의 행태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총리서리체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한나라당이 자민련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는 항변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자민련이 국민의 바람은 뒷전으로 하고 김총리서리의 「친위부대」를 자처, 돌출행동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을 리 없다.
자민련은 국정을 공동 책임지는 집권세력이다. 추경예산안 처리는 국가신인도 제고와 실업대책마련을 위해 하루가 급하다.
자민련이 김총리서리의 만류까지 뿌리친 것은 정치적 독선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자민련이 국민회의를 포함한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할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