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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00일 평가’ 유종근 대통령 경제고문(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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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00일 평가’ 유종근 대통령 경제고문(한국인터뷰)

입력
1998.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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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발목잡혀 국가신인도 타격”/외채문제 이제 시작인데 긴장풀리면 큰일/대통령 개인의 경제고문… 6월선거 출마할것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출범한지도 벌써 100일(3월12일)이 됐다. 짧다면 짧은 100일 동안 한국경제는 지난 50여년간의 국가경제 전개경험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전면적이고 강도높은 변혁을 겪었고 또 겪고 있다. 유종근 전북지사 겸 대통령 경제고문은 IMF 100일을 주도한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 경제브레인이다. 새정부의 대외교섭창구로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일컬어지는 지난해 12월24일의 IMF 조기지원결정과 뉴욕 외채만기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IMF 스타」중 한명이다. 유지사로부터 IMF 100일의 평가와 향후 과제를 들어봤다.

□대담=이병완 경제부장

­오늘(11일) 청와대 경제대책조정회의에 참석하신 느낌은 어땠읍니까.

『격의없는 토론이 두시간 가까이 계속됐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토론분위기는 이어졌어요. 과거 청와대회의는 유인물을 읽는 수준으로 끝났는데 모처럼만에 생산적이라고 느낀 회의였습니다.

아무리 개혁성향이 있는 사람이라도 부처의 장이 되면 내부 요구사항을 무시할수 없고 결국 부처이기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런 것을 해결하려면 대통령이 나서서 서로 토론해야 합니다』

­IMF 100일을 소용돌이의 한복판에서 겪으셨는데 한번 총평해주시지요.

『작년 12월3일 IMF와 구조조정에 대해 합의를 했지만 선거기간이었던 첫 2주일 동안은 사실상 무정부상태나 다름없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김대중 당선자가 결정되면서 비로소 현안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역시 노·사·정 합의였습니다. 물론 과거처럼 정부가 국회를 통해 밀어붙일수도 있었지만 그렇게되면 더 큰 고통과 부작용이 따라올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결국 어렵지만 노동개혁을 자발적 합의로 이끌어 낸 것입니다.

정권출범일인 2월25일까지는 그럭저럭 잘 나갔지만 마지막 열흘(총리인준을 둘러싼 정치불안기간을 지칭)이 매우 아쉽습니다. 일부에선 국회공전과 IMF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하지만 개혁을 추진하다가 발목이 잡히고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외국인들은 한국의 개혁에 걱정을 하게되고 결국 국가신인도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어요』

­IMF 체제 초기와는 달리 국민적 긴장감이 많이 이완됐고 또 개혁도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는 지적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빨리 잊어버리는 편이지요. 처음엔 모두 고통분담에 동참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지친면도 있고 또 세계 각국이 한국의 개혁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외채협상도 비교적 잘 타결되면서 성공을 너무 낙관해 긴장이 풀린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채문제는 완전히 타결된 것이 아닙니다. 빚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1∼3년동안 연장받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저 시간만 번 것인데 다들 마치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국회공전도 이런 이완된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가 그 소임을 생각하면 과연 저럴수 있는지 안타깝습니다』

­IMF에 대해, 또 외채에 대해 다소 혼란스런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들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먼저 「IMF 극복」이란 표현부터 삼가해야 합니다. IMF는 우리의 적이 아니고 도와주러 온 것입니다. 경제위기극복이란 표현이 정확한게 아닐까요. IMF가 우리에게 주는 돈은 3년에 걸쳐 580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이 돈을 외채갚으라고 주는 것이 아니에요. IMF는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이고 개혁은 우리 스스로 해나가는 것입니다』

­IMF 프로그램의 핵심은 개혁과 개방인데 정부든 기업이든 국민이든 개혁과 개방에 대한 합의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것 아닌가요.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상품만 팔고 남의 것은 안사겠다는 것이 세계화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로 함께 팔고 사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개혁과 개방의 핵심은 경쟁입니다. 과잉투자를 하든 말든 그것은 해당기업의 문제고 살고 죽는 것도 해당기업의 문제입니다. 누구는 자동차산업을 해도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설명은 있을수 없습니다.

과잉투자논리는 과거 정경유착시절에 정부가 기존 업체를 비호하려는 발상입니다. 경쟁이 있어야만 확실한 생존도 가능합니다. 아담 스미스부터 현대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경쟁이 확대되면 경쟁력이 강화된다는게 기본원리입니다. 과거엔 외국에서 자본과 상품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애국처럼 생각됐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경쟁을 제한하고 진입을 제한하는 모든 장벽은 물론 대외적 경쟁·진입제한 장벽도 모두 철폐해야 합니다』

­그 점과 관련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해결되지 않아 외국에서 문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국가경영을 잘못하면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책임이자 권리입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기업경영은 주주를 위한 것입니다. 과거 정경유착시대엔 주주가 주인노릇을 못하게 제도적으로 막은 측면도 있지만 주주 스스로 제대로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한점도 있습니다.

잘못된 경영진을 교체하는 방법은 주주들이 나서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적대적 M&A도 중요한 수단입니다. 현행법상 적대적 M&A에 대해 이사회의 3분의 1이상 의결을 받도록 되어있는데 이는 잘못된 경영진을 보호할수 있는 함정이 있습니다. 이런 이사회 승인규정을 철폐해 적대적 M&A를 전면허용해야 책임경영이 바로 설수 있습니다』

­고금리가 큰 문제입니다. 일부에서는 외환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문제지만 고금리를 방치하면 산업기반이 붕괴, 산업공황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고금리 해결법은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금리는 투자수익률이라는 측면과 미래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이라는 두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고금리는 수익률보다는 「한국을 믿을 수 없다」는 외국 투자자의 리스크 프리미엄 성격이 강합니다. 따라서 리스크 프리미엄, 즉 금리를 낮추려면 과감한 개혁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정치적인 문제라 조심스럽지만 요즘 야당이 보이는 행태는 결국 한국에 대한 대외적 신뢰를 낮춰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이는 것밖에는 안됩니다. 국민모두가 개혁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리스크 프리미엄이 내려가고,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금리까지 내려갈 것입니다』

­이번 정권인수는 과거 정권의 통상적인 정권인수와 함께 외환위기라는 국난에도 대처해야 하는등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정권인수 과정에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어떤 것을 들수 있겠읍니까.

『사실 정권인수 과정중에 산적한 문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비상대책위원회만으로는 문제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일부 시장경제원리와 모순되는 얘기가 나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평가한다면 정권인수 과정은 매우 모범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사례로 김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난상황에서 정권을 잡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선자가 된 뒤 대통령에 취임하기전까지는 철저하게 방관자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당선자이면서도 사실상 전면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했고 우리도 정권 출범전에 비대위를 통해 비교적 일사불란하게 대처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유지사께서 대통령 경제고문으로 정식 임명장을 받았는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외채만기연장을 위한 도쿄로드쇼에 참석하기 전날인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뵈었습니다. 그자리에서 「제가 대통령 경제고문이라는 직함을 사용해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그래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직제에 있는 경제고문은 아니지만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경제고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유지사께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웃음)그렇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지사선거에 반드시 출마할 겁니다』<정리=이성철·조철환 기자>

□약력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이리 남성고·고려대 경제 학과·미국 뉴욕주립대 경 제학 박사

▲미국 럿거스대 교수(1973∼ 94년)

▲미국 뉴저지 주지사 수석경 제자문관(1979∼90년)

▲재미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소장(1988∼89년)

▲민주당 홍보위원장, 당무위 원(1991∼92년)

▲아태평화재단 사무부총장 (1994∼95년)

▲전라북도 지사(1995년∼현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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