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리콘 제조업체 다우코닝사가 지난달 한국에 대한 28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포기하고 투자 대상국을 말레이시아로 바꿨다. 새만금 간척사업지구에 공장을 지으려던 사업계획을 관계부처들이 서로 미루고 책임을 떠넘기느라 시간을 끌자 지쳐 떨어진 것이다. ◆주무부서는 법인세와 전기료를 감면해달라는 다우코닝의 특혜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외자유치청 신설이 논의될 만큼 한 푼의 외화가 시급한 때에 앞장서 유치하지는 못할지언정 굴러온 외자를 앉은채 차버리다니 정말 아까운 생각이 든다. 28억달러 사업이면 실업자가 얼마나 구제될 것인가. ◆며칠전 AFP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보도했다. 홍콩의 컨설턴트사인 PERC가 각국 사업가 3백명을 상대로 한 사업편의성 조사를 보면 싱가포르가 1위,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이 2∼5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에도 뒤지는 점수로 겨우 꼴찌(베트남)를 면한 11위였다. ◆이는 공무원 조직의 능률도를 묻는 조사였다. 우리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좁은 땅에 인구밀도가 높은 싱가포르가 효율적인 관료체제로 미국 영국 호주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장 하나 짓는데 20여개 관청과 기관을 들락거려야하고 관계있는 공무원마다 급행료를 줘야 하는 비능률이 너무 한심하고 부끄럽다. ◆개혁이니 규제혁파니 하는 말들은 지난 5년간 귀에 못이 박힐만큼 들어왔지만 한국의 사업여건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고 있다. 새 정부는 작고 능률적인 정부를 지향해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나 아직 변화를 실감하기는 어렵다. 지금이 개혁의 최적기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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