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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실업대책을(사설)

입력
1998.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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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데 정부대책은 표류하고 있다. 실업이 하루 1만명꼴로 불어나 지난 1월 93만여명이던 실업자수가 이달말께는 150만명에 이를 것이란게 10일 열린 국무회의에 보고된 노동장관의 전망이다. 예상됐던 일이지만 실업의 증가속도나 규모가 너무 빠르고 크다.아직까지는 부도나 휴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이다. 하루 3,000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쓰러지고 있고 그 곳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 노조가 있는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정리해고가 아직 본격화되지도 않고 있다. 기업의 고용조정이 본격화되는 오는 4∼5월께엔 더 많은 실직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연말께 실업률 10% 실업자 200만명이란 「실업대란」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현실이다.

대량실업의 후유증은 우리 주변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대도시 무료급식소에 실업행렬이 줄을 잇고 전국 곳곳의 지방노동관서에는 연일 실업급여를 타려는 실업자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으며 서울역과 지하철등에는 노숙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대량실업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직장을 쫓겨난 이유가 내 잘못이 아니라 정부탓이라고 믿기 때문에 비록 과거 정권의 잘못이었다 하더라도 실직자들이 불만세력화하여 정치불안요소가 될 수도 있다.

실업은 실업자 개인과 가정에 엄청난 상처를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으로도 소중한 인적자원의 낭비다. 성장잠재력을 그만큼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의 그동안 대응은 한가하고 안이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실업급여 지급대상 확대, 실직자를 위한 생계지원 및 재취업촉진훈련등 내용도 소극적이었지만 실효성에도 오히려 의문이 앞섰다.

예컨대 고용보험을 탈 수 있는 사업장을 확대했다지만 시행시기가 하반기 이후로 잡혀 당장 쏟아져 나오는 실직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일자리 잃은 실직자에 대한 은행융자도 현실성이 없고 경색한 자금시장에서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 공공사업을 벌인다는 계획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지금까지 실업대책이란게 도대체 신뢰감을 줄 수 없는 것이었다.

말로만 실업대책을 거론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당장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선 실직자의 생계지원에도 실효성있는 보완이 있어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감한 공공사업 확충을 통한 일자리의 창출이 시급하다.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IMF 체제에서 정부도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고통분담의 차원에서도 이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경제대책회의가 실업대책의 보완을 중점 거론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치권도 이 문제에 관한한 신속하고 실효성있는 실천과 집행이 뒤따를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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