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목구곡목. 주양자 보건복지부장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지켜보면서 이 고사성어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역시 선인의 말이 하나도 그름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곡목구곡목을 직역하면 「굽은 나무는 굽은 나무를 쓰도록 만든다」란 뜻이다. 쉽게 말해서 처음부터 반듯한 나무를 써야 만사형통이라는 반어적 뜻을 담고있다.이 말의 유래는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과 마구간 관리와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어느날 환공이 궁중의 마구간을 돌보는 관리에게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관리는 마구간 우리를 만드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를 만들때 처음부터 굽은 나무를 쓰게되면 다음에 이어서 붙일 나무도 굽은 나무를 쓸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 전체가 구부러지게 된다고 말했다」(조성기의 「잃어버린 길을 찾아서」중에서·열림원 발행).
인사도 이와 마찬가지다. 인사의 성패는 처음부터 직목과 같은 곧은 인물을 기용하는 데 달려 있다. 인사는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인사가 망사가 되는 바람에 결국 문민정부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오늘의 난국을 가져오지 않았는가. 투기의혹에 대한 진위는 곧 가려지겠지만 많은 사람은 주장관의 처신에 더욱 실망하고 공분을 참지 못한다. 『남편이 농사를 짓기 위해 농장이 있는 집으로 전출·입을 한 것이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관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농지법개정으로 현지인이 아니면 땅을 살 수가 없는 상황에서 주장관의 토지구입 과정은 보통사람으로서는 납득할래야 할 수 없는 것이다.
새 정부의 각료명단이 발표된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게 아닌데…』 라는 실망이 여기 저기서 나왔다. 그러면서도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는 않았던 까닭은 전력이야 어떻든 철저한 검증을 거쳐 기용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장차관등 새 정부의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이 앞으로 있겠지만 제발 이러한 믿음을 저버리는 사람이 뒤늦게라도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밭에 거름은 줄줄 알면서도 자기 마음에 거름을 줄줄은 모른다는 옛말이 있다. 늘 몸과 행동을 바르게 가지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무릇 공직에 나아가려는 사람들은 이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 둘 필요가 있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듯이 감춰진 허물은 언제 드러나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우선 자신이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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